주한 우크라 대사, 대규모 공습 사진 올리며 "이게 尹 말한 상황"…무기 지원 요구

입력 2023-04-30 17:27:23

28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우만에서 구조대원들이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이날 새벽 수도 키이우, 크레멘추크 남부 미콜라이우 등 주요 도시가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아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경보가 내려졌다.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우만에서 구조대원들이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이날 새벽 수도 키이우, 크레멘추크 남부 미콜라이우 등 주요 도시가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아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경보가 내려졌다. 연합뉴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 SNS에 러시아 공격에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아파트 사진을 올리며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언급, 한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AP통신의 2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중부 드니프로시(市)와 우만시, 남부 미콜라이우 등 전국 각지의 주요 도시에는 20발 이상의 미사일이 떨어졌다. 이날 공습에 2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는 이날 미사일 공격을 받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아파트 잔해와 건물 한 귀퉁이가 사라진 채 불타는 아파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러시아 전범들이 20발이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우만시의 대규모 주거 건물을 파괴하고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평화롭게 잠든 민간인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며 "이것이 바로 한국의 지도자가 언급했던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의 분명한 예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포노마렌코 대사의 해당 발언을 두고 사실상 한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로이터통신에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지원이나 재정지원 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동안 비살상 무기 지원만 고집해 온 한국이 공개적으로 무기를 포함한 군사적 지원의 가능성을 열게 됐으며,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나온 언급인 탓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게 될 3가지 조건(민간인 대규모 공격, 대량학살, 전쟁법 위반)' 중 하나가 이미 현실이 됐다는 점을 강조해 포탄 등 한국의 무기 지원을 서둘러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에 대해 25일 한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적 지원 가능성 언급에 대해 "갈수록 커지는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 미국의 글로벌 동맹국 가운데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으려는 한국의 노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당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지원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발표된 공동 성명에서도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규탄함에 있어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한다"면서 "양국은 (중략)필수적인 정치, 안보, 인도적, 경제적 지원 제공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