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굿바이! 86그룹

입력 2023-04-28 20:22:10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86그룹.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세력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이 30대였을 때엔 386으로 불리다 486, 586으로 이름이 바뀌기도 했다.

정치권에 86그룹이 대거 진출한 것이 2000년 16대 총선이었다. '젊은 피 수혈론'에 힘입어 금배지를 단 86그룹은 정계에서 그 나름 '소금' 역할을 했다. 선수(選數)가 쌓이면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내표를 주고받는 등 중진으로 성장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장관 등 요직을 독점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인 물은 썩고, 오랜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는 법. 86그룹도 이 원칙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조국 사태로 '공정'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는데도 86그룹은 "조국의 온 가족을 멸문(滅門) 지경까지 몰아붙이고 있다"며 검찰을 공격하거나 언급을 피하는 방식으로 편을 들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자 "함께 싸우자. 이러다 다 죽겠다"며 방탄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86그룹의 민낯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비호에서 또다시 확인됐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송 전 대표를 두고 "아직 집 없는 드문 동세대 정치인, 물욕이 적은 사람"이라는 등 '송비어천가'를 부르고 나섰다. 사건을 축소하거나 정치권 전반의 관행으로 확대하는 '물귀신 작전'으로 송 전 대표를 두둔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86그룹을 두고 "권력이란 괴물과 싸우다 또 다른 권력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 적이 있었다. 지금 86그룹은 권력이란 괴물이 돼 민주당은 물론 한국 정치까지 망치고 있다. 도덕성을 무기로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독차지했던 86그룹이 자신들에 대한 도덕성 문제에선 한없이 너그럽거나 '내로남불'의 이중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86그룹 퇴진론이 어느 때보다 힘을 얻는 이유다. 반미(反美) 반일(反日) 친중(親中) 친북(親北) 위주인 그들의 이념 체계도 글로벌 정세와는 더 이상 맞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86그룹과 '굿바이'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