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대구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장 "청소년 도박중독 예방 기본은 결국 가정"

입력 2023-04-30 14:00:12 수정 2023-05-02 10:50:58

"청소년들 실제 유병률 7% 안팎 그들 사이 문화가 돼버린 지 오래"
'돈이 곧 힘'이라는 가치관 팽배, 가장 쉽게 접근하는 게 바로 도박 인식 바꾸도록 어른들이 가르쳐야

유승훈 대구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장. 이화섭 기자.
유승훈 대구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장. 이화섭 기자.

요즘 청소년 문제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는 '중독'이다. 최근 마약중독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그 전만 하더라도 큰 문제가 됐던 것이 도박이다.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도박이 성행하고 있고 도박이 마중물이 돼서 마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보니 청소년 도박중독 또한 다시금 주목해야 하는 청소년 문제다.

유승훈 대구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장은 다양한 도박중독 문제를 다루면서 청소년 도박중독 또한 심각하다고 말한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2022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청소년 도박 문제 수준은 2.4%로 조사됐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다는 것.

"저희 센터에서 예방교육을 나가면서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면 도박 문제 수준이 7% 안팎으로 나와요. 만약 학생들이 설문조사에 좀 더 솔직하게 대답한다면 이 비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막상 학생들과 면담해보면 한 반에 7, 8명이 한다고 할 정도니까요. 이미 청소년 사이에는 도박이 그들사이의 문화가 돼 버린지 오래입니다."

광범위하게 퍼진 만큼 탐닉하는 도박의 종류 또한 성인을 닮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불법 사설 스포츠 베팅 사이트에서 도박을 경험했다면 지금은 아예 성인들이 가지고 노는 카드게임을 직접 온라인으로 하는 정도까지 왔다. 우리가 아는 게임 업체 사이트가 아니라 친구들끼리 알음알음으로 접속하는 음성의 사이트들이 있으며 성인인증은 당연히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박에 빠지는 청소년들은 어떤 청소년들인지 궁금했다. 유 센터장은 따로 특정지을 수 없다고 말한다. 평범한 가정의 청소년들도 알게모르게 도박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 센터를 찾아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가 궁금했다. 유 센터장은 '가치'를 언급했다.

"지금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돈이 곧 힘'이라는 가치관이 너무 팽배해있고 이미 청소년들 머릿속에 심어져 있어요. 또 청소년과 그들의 부모 모두 너무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있다 보니 어떻게든 우위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이 커요. 경제교육은 고사하고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는 수단의 정당성에 대해 가정에서 가르칠 필요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 안 되니까 결국 내가 우위에 서고싶은 욕망을 물질로 드러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니 시간이 들어가는 일은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쉽게 접근하는 게 바로 도박인거죠."

유 센터장은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가정에 있는 어른들이 제대로 된 가치를 가르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청소년 도박을 기술적으로 막기에는 앞서가는 기술을 따라잡기가 버거운 게 사실입니다. 본질적으로 청소년들이 도박에 손을 안 대도록 가르쳐야 되는데 이것은 결국 가정에서 돈이나 물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야 됩니다. 센터에서는 '도박으로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인식에 대한 다양한 교정 작업과 인식 개선을 진행하지만 결국 가치관을 바꾸는 과정은 가정에서 관리가 돼야 한다는 거죠.

거기에 더해서 미성년자인 청소년에 대한 계좌나 신용정보에 대한 공유처럼 경제적 안전장치도 필요하고요. 청소년 도박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