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최윤정 대구 YWCA 사무총장이 그리는 김초자 전 대구 YWCA 회장

입력 2023-04-30 14:01:52 수정 2023-04-30 17:48:52

"대구 YWCA를 통해 솔선하셨던 귀한 시간들, 아낌없이 부어주셨던 큰 사랑 늘 기억하겠습니다"

2006년 대구 YWCA 문해정보화교육장 개소식 후 열린 간담회에서 고 김초자 전 대구 YWCA 회장. 오른쪽 두 번째가 고 김 회장. 대구 YWCA 제공.
2006년 대구 YWCA 문해정보화교육장 개소식 후 열린 간담회에서 고 김초자 전 대구 YWCA 회장. 오른쪽 두 번째가 고 김 회장. 대구 YWCA 제공.

김초자 전 대구 YWCA 회장. 대구 YWCA 제공.
김초자 전 대구 YWCA 회장. 대구 YWCA 제공.

또다시 돌아오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하셨던 회장님의 아이 사랑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맘때쯤이면 튼실하게 익어가는 매실을 마음껏 따서 매실청을 만들고 건강하고 안전한 생태환경 가운데 촉각, 시각, 청각, 미각 등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금성농장을 개방하셨지요. 농장의 매실청은 배아플 때 뿐 아니라 한 여름 더위를 씻어주는 시원한 음료였고 속이 꽉찬 배추와 무는 전을 부쳐 먹어도, 김치로 버무려 먹어도 단맛이 올라왔었지요.

또 가정교육을 중요시하셔서 부모의 인성과 생활습관을 강조하기도 하셨는데. 가정 밖 청소년에게도 계절마다 따뜻하게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주신 넓고 큰 품을 가지셨지요.

얼마 전 40여년을 몸담아 활동하셨던 대구YWCA의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생전의 모습을 영상으로 뵙고 회장님이 더욱 생각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평생을 유아교육에 헌신하셨을 뿐 아니라 기독여성리더로 먼저 보여주신 나눔과 섬김의 삶에 울컥해졌습니다.

대구YWCA의 회장으로 재임하시면서 기초수급자의 자립을 지원하는 달서지역자활센터의 운영을 지원하셨고 여성인력개발센터를 통해 여성일자리 확대를 위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셨지요. 새로운 YWCA회관이 절실하던 당시, 큰 결단을 통해 지금의 회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용기를 내어주셨는데 이전할 비품을 바로 옮길 수 없어 쩔쩔맬 때에도 임시로 보관할 수 있도록 개인 공간을 선뜻 내어주시고 이삿날 짜장면은 먹어야 한다며 잔뜩 사주신 일화는 지금도 후배실무자들에게 구전되고 있습니다.

그 뿐일까요? 연일 격무중인 실무자들을 격려해주신 따뜻한 심성을 통해 위로를 베풀어주셨지요. 얼마나 힘이 되었던지요….

오랫동안 앓으셨던 질환이 있지만 누구보다 철저하게 건강관리를 하시던 모습도 아련히 떠오릅니다. 40대 후반이 되면 식단을 비롯해 더욱 건강에 신경써야 한다. 그래야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며 이것 저것 챙겨주기도 하셨지요. 또한 얼마나 검소하고 부지런하셨는지, 개인사업과 대외활동을 하는 중에도 가사를 소홀하지 않고 손수 꾸려오셨다는 말씀을 들을 땐 일하느라 피곤함을 이유로 게으름을 부리는 제가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재물을 통해 기여하시는 것도 일일이 다 알진 못하지만 마지막까지 학업에 정진하셨던 대학과 교회, YWCA를 통해서도 다음 세대 지도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직접 후원하거나 환경을 마련하는 데 기꺼이 도움을 주신 것은 바람직하게 물질을 관리하는 솔선수범이 되셨지요.

회장님께서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나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청년에게 아무도 모르게 지원해주신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 덕분에 그 청년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이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회장님이 보여주신 사랑이 후세대에게 어떻게 퍼져나갔는지를 알 수 있어 감동과 감격이 차올랐습니다.

병환으로 입원하시기 전 마지막으로 뵈었던 2021년 10월, 잘 먹어야 일도 잘 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간식거리를 넉넉하게 사주시며 격려해주셨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합니다. 2023년 3월 8일, 회장님이 세상과 이별하던 날은 세상을 향해 희망을 놓지 않았던 따뜻한 회장님의 시선과 함께 하는 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챙겨주시던 배려심, 먼저 희생하시던 책임과 섬김의 모습이 더욱 각인되는 날이었습니다.

생전에 보여주셨던 헌신과 사랑의 나눔을, 환한 미소를 잊지 않겠습니다. 대구YWCA를 통해 솔선하셨던 귀한 시간들을, 아낌없이 부어주셨던 큰 사랑을 늘 기억하겠습니다. 회장님과 함께 한 시간이 정말 귀하고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회장님. 많이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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