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아양아트센터 공연기획·홍보담당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할까.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할까. 우리는 무엇을 더 중시해야 하는 것일까.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과정이 무슨 소용이냐며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과정이 좋지 않은데 결과만 좋게 나온다면 과연 잘 된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성향이나 경험에 의해 선택은 다르겠지만 나의 경험을 비춰 설명해 본다면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나 공연 기획에 있어서 말이다.
처음 공연기획을 시작했을 때 나의 결과 지향적인 사고는 공연 자체를 즐길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스스로를 경직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누구보다 공연 앞에서 유연해지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좀 더 행복하게 일을 하고 싶었던 나는 여러 궁리 끝에 공연을 시행함에 앞서 이 공연을 왜 하는 지에 대한 목적을 차츰 세워 나갔다. 이 목적에 의해 공연의 모든 과정이 끝날 때까지 흔들리지 않는 어떤 단단함 같은 것이 생겼다. 어쩌면 나도 좋은 기획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생기고 말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전에는 사실 좋은 기획자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다. 공연을 수행하기에 급급해 사업이 거듭될수록 무기력함이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가장 무기력한 순간은 공연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였다. 공연의 전체 과정 속에서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지금은 무슨 일이 해야 하는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했던 탓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의연하게 대처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부끄러운 경험을 숱하게 했었던 것이다.
나는 하나의 공연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각 공연장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과 철학을 불어 넣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관객들은 공연에 담겨있는 철학에 공감하고 그것을 소비하고자 하고자 한다. 이런 관객들의 심리를 알고 있는 기획자라면 정성 어린 과정들의 시간들을 어찌 소중히 여기지 않을 수 있을까.
만약 현재 자기 자신의 삶에 슬럼프가 찾아왔다면 과정을 더욱 중시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결과지향적인 자세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 때 스스로를 더욱 좌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정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지금보다 더 성장하고 싶어하고 자신이 노력한 과정을 떠올리며 아무리 어려운 순간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생기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살아갈수록 더욱 크게 느껴진다. 과정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할 때, 결과주의에 억눌리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비로소 이길 수 있는 힘이 주어지는 것이다. 만약 주변에 힘들어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더욱 전진하라"는 말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겨보라"는 말로 바꿔 전해보면 어떨까? 목적이 분명한 삶을 살아가도록 이끄는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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