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복권 전성시대

입력 2023-04-26 20:26:25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로또를 비롯한 복권 판매액 증가세가 가파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6조7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국내 복권 판매액과 관련, 내년에는 올해보다 5천489억 원(8.1%) 증가한 7조2천918억 원으로 예측했다. 최근 판매액 추이와 사행산업 매출 증가세가 가파른 현상을 감안한 것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복권 판매액은 2018년 4조4천억 원이었는데 코로나19로 경기가 급강하한 2020년에는 5조4천억 원으로 급증했고 이후 경기 상황이 맥을 못 추는 가운데 매년 신장, 내년에는 7조 원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복권 수익금이 여러 공익사업에 쓰이기에 복권 판매액의 증가가 반드시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복권 수익금은 과학기술진흥기금 등 사회 각 영역에 배분돼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복권 판매액에서 당첨금과 복권 유통 비용을 뺀 복권 수익금은 매년 급증, 2018년 1조8천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2조7천억 원, 내년에는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재부는 내다봤다.

복권은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여겨진다. 불황의 고통은 사행 심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불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공포 심리와도 연결된다. 특히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복권 구매가 고소득층에 비해 더 많아 우리 사회 양극화 지수 역시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복권 판매 통계치를 통해 알 수 있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에 속한 1분위 가구의 지난해 복권 구매 지출이 전년 대비 27.4% 급증해 전체 분위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복권 구매 지출은 7.0% 늘었을 뿐이다.

한탕주의에 빠져드는 공동체는 건강성을 잃고 지속가능성도 없다. 복권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치 앞에서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가 급등세 속에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금융 상황, 그리고 세수가 줄어 재정을 확장적으로 풀 수 없는 재정 여건 아래에서 정부가 경기를 부양시킬 방편이 부족한 것은 잘 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수출기업에 대해 금리 인하·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취하고, 현금이 많은 고소득층의 국내 소비도 최대한 이끌어내는 등 한탕이 아니라 활력에 기대는 경제를 만들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은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