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바이든 대통령 부부 만남…60분→90분, 깊어진 한미의 시간

입력 2023-04-26 12:32:57 수정 2023-04-26 20:35:19

백악관 관저 발코니서 야경 감상…한국전 참전기념공원 찾아 헌화
달항아리-야구공 선물 교환식…제로콜라 권하며 "尹 음료" 웃음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관저에서 열린 친교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질 바이든 여사와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관저에서 열린 친교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질 바이든 여사와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빈 방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저녁 워싱턴D.C.에서 김건희 여사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부 동반으로 친교의 시간을 보냈다.

대통령실은 이날 "양국 정상 부부가 백악관 관저와 한국전 참전용사기념공원에서 예정된 시간을 30분 넘겨 1시간 30분에 걸쳐 동안 발코니에서 야경 감상, 선물 교환 등 다양한 친교 행사를 가졌다"며 "이는 양국 정상 부부가 함께 한 첫 일정"이라고 밝혔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워싱턴 한국기자단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윤 대통령 부부를 관저 1층에 나와 맞이한 뒤 관저 내부 공간을 직접 안내했다"고 전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관저 블루룸에서 방명록과 동맹 70주년 사진집에 서명하고 바이든 부부와 워싱턴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발코니에서 함께 야경을 감상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양 정상 부부는 상호 관심사인 양국 간 인적·문화적 교류와 국정 철학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방명록엔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우리 글로벌 동맹을 위하여"라고 적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 부부의 국빈 방문을 환영한다"면서 "국빈으로 오신 귀한 손님을 소중한 공간에 초청하게 돼 기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반겼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부부의 환대에 감사한다"며 "오늘 두 부부가 반려견, 반료묘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포함해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더 친밀감을 느낀다. 나중에 두 분이 함께 방한하면 관저에 초청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어 양국 정상 부부는 한국전 참전용사기념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헌화하고 기념공원을 둘러봤다. 양 정상 부부는 이곳에서 한국전 명예훈장 수여자의 유가족들과 만나 잠시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양국 정상은 백악관 행사에서 선물을 주고받기도 했다. 미국 측에선 국빈 선물로 윤 대통령에게 작은 탁자와 꽃병을, 개인 선물로는 야구를 좋아하고 최근 한국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시구를 잘한 게 화제가 된 점을 고려, 프로야구 선수가 쓰던 야구 글러브와 배트가 담긴 대형 액자를 선물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선물은 국빈 선물과 개인 선물로 나뉜다"며 "윤 대통령이 받은 액자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인 필라델피아 필리스 로고가 박혀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본인의 야구 관련된 얘기를 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미국 의회엔 공화당, 민주당 야구팀이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을 그만둘 때쯤 양 당이 친선경기를 했고, 당시 상대편인 공화당에 투신 출신 의원이 들어와 민주당 타자들을 압도했다는 것.

바이든 대통령은 "공이 너무 빨라 다들 무서워했는데 내가 그 공을 쳐서 368피트를 날렸다"며 "손자손녀들은 할아버지(바이든)가 무슨 정치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타구 하나로 할아버지를 멋진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김 여사는 9월 탄생석으로 장식된 목걸이를 개별 선물로 받았다.

윤 대통령 부부는 자개가 장식된 달항아리를 국빈 선물로 건넸다. 개별 선물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은으로 만든 자리끼(주전자와 컵), 질 바이든 여사에게는 여러 보석이 장식된 족두리를 선물로 제공했다.

김 수석은 또 에피소드로, 양 정상 부부가 다과를 나누던 중 윤 대통령이 음료수를 마시려고 포도주스를 쥐는 순간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음료는 여기 있다"며 제로콜라를 권해 한동안 웃음이 오갔다고 전했다.

김 수석은 "바이든 대통령 부부의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관심과 배려, 취향을 깊숙이 파악해 두는 세심한 정성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양국 정상이 저녁시간에 친교시간을 가졌는데 식사는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식사를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내외와 함께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내외와 함께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참전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시설'(Korean War Veterans Memorial)을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함께 찾아 헌화하고 묵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