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허신학
일본과 굴욕 외교, 미국의 대통령실 도청,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등 최근 정치적 상황은 국민의 정치 혐오와 정치 무관심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국회에서는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는 전원위원회가 열렸지만 정치 개혁보다는 당리당략만 무성한 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민은 정치에 어떤 기대를 할까? 정치가 국민의 삶에 희망을 주는가?
분명한 것은 역사적으로 국민은 통치의 대상이었지 파트너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민주공화정에서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주체가 되었지만, 정치는 국민을 주인으로 여기지 않는다. 여전히 국민은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변덕스러운 군중 취급을 당하고 있다. 군중(국민)이 하나의 목적으로 뭉쳤을 때는 정치와 역사의 주역으로 등장하지만 그때뿐이다.
정부가 있는지 없는지 느끼지 못하는 정치가 이상적인 정치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상일 뿐이다. 그나마 정치와 국민이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할 때를 태평성대라고 한다. 국민은 편안하고 불편함이 없으면 정치를 찾지 않지만 불편하고 거북함을 느끼면 정치를 찾고, 탓을 하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 정치는 어떠한가?
'나의 행동이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정치 효능감은 높지만 정치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어차피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서 봐야 결국 희생당한다' '얻기 위해서 버려야 할 것이 많은데 기회비용을 대체할 소득이 무엇인가'에 대한 회의감 등 이러한 인식은 문제를 개선하려는 행동을 줄이거나 개입하지 않은 것에 대한 그럴듯한 이유로 여겨진다. 정치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냉소적 무관심이 커지는 이유이다.
우리 사회·정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가치와 사회·역사 발전의 방향성이 실종되었다는 점이다.
87체제에서는 군부독재 종식과 민주주의 수호라는 정치적·사회적 가치가 있었고 이에 기반한 정치 리더가 있었다. 지역주의에 기반하긴 했지만 군부독재 종식과 민주주의라는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정치가 역할을 하면서 문민정부 수립과 민주적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2003년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은 망국적인 지역주의 극복의 정치적 상징이었다. 이후 우리나라 정치는 진일보한 사회적 담론과 가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17대 이명박 정부는 토건 세력이 득세하고, 18대 박근혜 정부는 비선 실세들에 의한 국정 농단의 시대였다. 19대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과 공정·정의라는 시대적 사명이 있었으나 미완으로 끝났다. 20대 윤석열 정부에서도 공정과 정의는 여전히 유효한 시대정신이지만 검찰공화국이라는 세간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적 염원과 시대적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정치 냉소가 커지는 이유는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역대 정부 최악의 상황이지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여론조사를 믿지 말라고 한다.
국민 여론을 애써 외면하고 불신을 조장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오만한 태도다.
현대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초연결된 사회라는 점이다. 그리고 초연결된 대중의 힘이 세상을 움직이는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제러미 하이먼즈는 이를 초연결된 대중, 즉 새로운 권력의 등장이라고 말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SNS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집단의 소통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보편화되었다.
촛불집회로 탄핵을 이끌어내는가 하면 미투운동, BTS, K-팝 등이 좋은 사례다.
그러나 새로운 권력 플랫폼이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념적으로 갈라치기하고 갈등 상황을 연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이념적 양극화와 분열을 부추기는 자양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내년 4월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는 현 정부를 심판하고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게 형성되어 있지만 야당이 정치 혁신의 대안이라는 인식은 없다.
정치가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고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정치 혐오의 총량은 임계치에 다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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