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IN] 전국 첫 줄넘기 학교 세운 '줄넘기 선생님' 김원식 씨

입력 2023-04-19 14:10:53 수정 2023-04-19 18:55:59

30년간 몸담은 체육교사직 떠나 음악 리듬 타는 줄넘기 학원 차려
아내·아들·딸도 관련 자격증 보유…"줄이 통과할 때마다 자신감 충만"

김원식 줄넘기 강사.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김원식 줄넘기 강사.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사실은 오늘 너와의 만남을 정리하고 싶어~."

스피커에서 H.O.T의 대표곡 '캔디'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한 중년 남성이 가벼운 걸음걸이로 연습실로 걸어간다. 두 손에는 줄넘기가 쥐어져 있다. 이윽고 리듬을 타며 춤을 추듯이 줄넘기를 넘는다. 노래에 맞춰 줄을 온몸에 휘감기도, 풀어서 던지기도 했다. 리듬 체조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남다른 몸놀림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이 남자의 이름은 김원식(55) 씨. 대구 출신인 그는 지난해 2월부로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교직을 떠나 '줄넘기 선생님'으로 인생 2막을 열었다. 그는 매일 아침 학교가 아닌, 대구 혁신도시 부근의 레인보우 음악 줄넘기 학원으로 출근해 제자들을 기다린다.

"줄넘기 학원은 지난 2009년 설립했습니다. 아내가 대표를 맡았어요. 줄넘기 전문학원이 생긴 건 전국에서 처음이죠. 당시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어요. 누가 줄넘기를 돈 주고 배우냐고…. 저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줄넘기를 자유롭게 즐기고, 연구할 장소가 필요했을 뿐이었어요. 줄넘기라는 운동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컸어요."

물론 줄넘기 학원이 적어도 현상 유지는 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있었다. 오랜 시간 줄넘기라는 운동이 가진 매력을 몸소 겪은 덕분이었다.

김 씨는 "대부분의 운동 학원에서는 줄넘기를 보조 운동으로만 다뤘다. 그러나 음악 줄넘기는 운동 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재미도 있다"며 "수십 년 전에는 커피전문점이 성공하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 않나. 같은 맥락에서 줄넘기 학원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원식 줄넘기 강사.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김원식 줄넘기 강사.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줄넘기에 전념하고 싶어 퇴직을 결정했다"던 그는 이제 하루의 대부분을 줄넘기에 쏟고 있다. 오전에는 개인 연습과 연구를 하고 오후에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김 씨의 '외줄 인생'이 시작된 것은 막 풋내기 체육교사 티를 벗을 때쯤이었다. 비특기자로 경북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해 교사가 된 그에게 줄넘기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김 씨는 "막 교직에 들어섰을 때 특기가 뭐냐는 질문을 항상 받았다. 그 때문인지 여러 가지 운동을 참 열심히 했다"며 "그러던 차에 체육교사들로 구성된 줄넘기 동아리에 가입하게 됐다. 거기서 쌍줄넘기를 하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 '이거다' 싶었다"며 웃었다.

줄넘기의 매력에 빠져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려운 동작은 책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연구했고, 결국엔 몸으로 구현해냈다. 하나씩 터득하고 익히는 재미는 다른 무엇에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김 씨는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줄넘기 심판 자격증, 강사 자격증, 국제 심판 자격증까지 땄다. 옆에서 지켜보던 가족들도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지더라"며 "지금은 아내는 물론 아들과 딸까지도 모두 줄넘기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줄넘기가 키 성장, 다이어트 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청소년의 자기효능감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느덧 반평생을 줄넘기와 함께한 김 씨는 이 운동이 아이들에게 주는 정서적인 효과에 주목한다.

그는 "줄넘기 학원을 찾아오는 친구들 중에선 내향적인 아이들이 많다. 축구나 농구가 부담스럽지만 운동은 하고 싶은 아이들"이라며 "자기자신을 드러내기 부끄러워하는 친구들이 줄넘기를 하고나서는 성격이 많이 바뀐다.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줄에 발이 걸리는 순간, 아이들은 실패를 맛본다. 반대로 줄을 통과하는 과정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며 "줄넘기 하나를 못 넘던 아이가 10개를 뛰고, 이중뛰기에 성공하게 되면 '나도 할 수 있네'라는 자신감이 붙는다. 작은 성취들이 모여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