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헬멧 쓴 채 24시간 버티는 아들…아빠의 소원은 머리 쓰다듬는 것

입력 2023-04-18 06:30:00 수정 2023-04-18 22:55:52

늦은 나이 결혼해 얻은 아들, 희귀병 '두개골유합증' 진단 받아
큰 수술 두 차례 잘 이겨냈지만 뾰족한 것에 찔리면 다시 머리 절개해야
간병인 잘못 만나 학대 당하기도…성인될 때까지 수많은 검사 받아야

집 앞 마당에서 김대덕(가명·57) 씨와 레티낌프엉(가명·39) 씨 부부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민규(가명·4)와 단란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민규는 두개골유합증으로 수술을 받은 뒤 머리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집 앞 마당에서 김대덕(가명·57) 씨와 레티낌프엉(가명·39) 씨 부부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민규(가명·4)와 단란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민규는 두개골유합증으로 수술을 받은 뒤 머리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김대덕(가명·57) 씨의 소원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보는 것이다. 이 간단한 일이 희소 질환에 걸린 아들 민규(가명·4)에겐 쉽지 않았다. 민규의 머리엔 항상 무언가 있었다. 큰 병원에서 두개골을 여는 수술을 받고 나선 머리에 항상 4개의 핀을 꽂고 있어야 했다.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민규의 머리는 머리보호대로 둘러싸여 있었다. 잘못하다 뾰족한 것에 찔리기라도 하면 다시 머리를 절개해야 한다고 했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자전거용 헬멧 같은 머리보호대를 쓴 채로 24시간을 버티는 민규를 보며 대덕 씨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저 어린 것이 그래도 살아보려고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자신은 에어컨 하나 마련 못 해주는 무능한 아버지라는 생각에서였다.

여름이라 건설 현장 일이 없었지만 대덕 씨는 뒷산에서 약초라도 캐 팔 요량으로 짐을 챙겼다. 집 밖을 나서는 남편의 왜소한 등을 아내는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뒤늦게 결혼해 찾아온 축복 같은 아이에게 찾아온 '두개골유합증'

대덕 씨는 경북의 한 시골에서 3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다른 사람에게 땅을 빌려 담배 농사를 지었다. 식구는 많은데 벌이가 들쑥날쑥해 어머니가 늘 돈을 빌리러 다녔다. 학교에 '사친회비'(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선생님이 직접 집에 찾아오는 일도 잦았다. 대덕 씨는 중학교만 간신히 졸업했다.

시골에서 부모님 농사일을 거들며 지내다 26살부터 큰 형의 권유로 대구에 있는 한 섬유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3교대, 어쩔 땐 2교대로 일을 했기 때문에 하루의 대부분을 공장에서 보내곤 했다. 그렇게 8년을 일하다 공장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퇴직금은커녕 한 달 치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새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녹록지 않아 대덕 씨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으로 돌아온 뒤 부모님과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순 없었다. 아버지가 암으로 눈을 감고, 그로부터 1년 뒤 어머니까지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밤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대덕 씨를 찾아다니다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당시 대덕 씨는 친구들과 노래방에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자식 걱정에 연로한 어머니 혼자 비 오는 날 밤 돌아다니다 변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대덕 씨는 자신에 대한 원망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부모님을 여의고 혼자가 된 대덕 씨에게 다행히 같은 일가친척 어른이 손을 내밀어줬다. 친척 어른이 소개비 2천만원을 대준 덕분에 대덕 씨는 2017년에 베트남 여성인 레티낌프엉(가명·39)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현재 살고 있는 20평짜리 오래된 농가주택 역시 대덕 씨를 장가보내기 위해 친척 어른이 부랴부랴 마련해준 것이었다. 게다가 건설사를 운영하고 있던 친척 어른은 일자리가 없었던 대덕 씨가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친척 어른의 도움으로 꿈만 꿔왔던 평범한 가정의 틀이 갖춰지게 됐다.

◆병원 간병인에게 아동학대 당해… 곧 쓰러질 담장 등 주거환경도 열악

결혼 2년 차에 대덕 씨와 레티낌프엉 씨에게 민규라는 큰 축복이 찾아왔다. 예정일보다 20일 일찍 태어났지만, 당시 민규는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계속 까치발을 들고 걷는 등 시간이 지나며 이상한 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니 '두개골유합증' 진단을 받았다. 각 머리뼈의 봉합선이 출생 후 너무 빨리 붙어서 뇌의 성장을 억제하는 희귀질환이었다.

민규는 서울에 있는 소아 신경외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간병인에게 학대를 당했다. 다른 입원 환자 보호자들에 따르면, 간병인은 23개월에 불과했던 민규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고함을 질러 병원 안에서도 민원이 자자했다고 한다. 기저귀를 교체도 하지 않아 대변이 흡수된 기저귀를 오랜 시간 차고 있는 바람에 민규의 사타구니와 엉덩이 부분이 빨갛게 부어 헐었다. 마스크 또한 일주일 동안 교체하지 않았다. 민규를 침대에서 재우지 않고 불편한 유모차에 하루 종일 방치해두기도 했다. 이 간병인은 아동학대로 경찰 수사를 받고 결국 벌금형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도 민규는 두 차례 큰 수술을 잘 이겨냈다. 일찍 발견돼 안면 변형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직 두개골이 완전히 붙지 않아 씻을 때 빼곤 계속 머리 보호대를 쓰고 있어야 한다. 날이 더울 땐 땀띠가 나 괴로워했지만 보호대를 벗게 할 순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앞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수술받은 병원에서 안과 인지능력검사, 발달장애검사 등 1년에 최소 6번 이상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술비는 다행히 태아보험을 들어 놔 어찌어찌 해결했다고 해도, 앞으로가 문제다. 일용직 근로로 버는 월 80만원이 대덕 씨네 한 달 소득의 전부다. 세 식구가 먹고살기엔 부족한 돈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으려면 자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먼 지역까지 출퇴근해야 한다고 해서 차상위가정 신청만 했다. 의료수급 혜택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검사 한 번에 최소 6만원이 들어간다.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갈 때마다 드는 교통비도 부담이다.

집이 오래돼 수리할 곳이 많지만 돈이 없어 그냥 방치해 둘 수밖에 없는 상황도 문제다. 대문이 반쪽밖에 없어 외부 먼지가 집에 그대로 들어오고, 담장은 한쪽으로 쏠려 언제라도 쓰러질지 모른다. 집 뒤쪽 처마 역시 나무가 썩어 붕괴 직전이고, 집 마당에 있는 흙으로 지어진 건조실 역시 이번 여름 태풍을 견딜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태다. 집 내부 한쪽 천장 구석엔 곰팡이가 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민규가 마당에서 놀고 있다. 보통 그 나이대 아이처럼 놀고 있지만, 혹시나 넘어져 머리에 충격을 받진 않을지 부부는 노심초사하며 바라보고 있다. 집안 마당조차도 위험한 민규가 앞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민규에게 부모로서 든든한 방패막이 돼줄 수 있을지 생각하면 눈가가 축축해진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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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에 췌장암으로 아버지 여의고 공장 사고로 왼쪽 다리 수술 받은 뒤 사회복지사로 전향해 남 돕고 살았으나 최근 췌장암 4기 진단받은 황재신 씨에게 3,650만원 전달

중학교 2학년에 췌장암으로 아버지 여의고 성인이 된 후 사회복지사로 늘 타인을 돕는 삶을 살았으나 최근 췌장암 4기 진단받아 입원 중인 황재신 씨에게(매일신문 4월 4일 자 10면) 씨에게 3천650만540원을 전달했습니다.

▷화남자율방범대 4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고한용 5만원 ▷박진필 5만원 ▷서영식 5만원 ▷안현숙 5만원 ▷이은주 5만원 ▷박종천 3만원 ▷신장미 3만원 ▷이동훈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이윤정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최정원 1만5천원 ▷최지원 1만5천원 ▷김윤희 1만원 ▷김은영 1만원 ▷김종원 1만원 ▷황성광 1만원 ▷김진혹 5천원 ▷조용인 5천원 ▷'임희동(황재신)' 10만원 ▷'박순만박경진(황재신)' 5만원 ▷'최민영서태숙(황태신)' 5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강했던 아내 수면 중 심장마비로 허무하게 보낸 뒤 전국 방랑하다 마음 다잡고 펼친 사업도 실패해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는 최철 씨에게 2천16만원 전달

건강했던 아내가 심장마비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뒤 전국을 방랑하다가 마음 다잡고 펼친 사업도 실패해 현재 살고 있는 컨테이너에서도 쫓겨날 위기인 최철(매일신문 4월 11일자 10면) 씨에게 43개 단체, 143명의 독자가 2천16만3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주)대구은행 100만원 ▷㈜세원정공물산 10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정수철)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삼이시스템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주)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세무사김기욱사무소(김기욱)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주)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이정추 각 100만원 ▷김진숙 50만원 ▷이신덕 30만원 ▷박철기 성현탁 신금자 각 20만원 ▷곽용 김윤하 배화옥 여상동 장정순 최창규 허경호 각 10만원 ▷김경섭 김순향 박상순 박승훈 박형아 변대석 서정오 서준교 손승아 신광련 안대용 이경자 이정옥 이종하 임채숙 전우식 정원수 조성용 진국성 최종호 최한태 각 5만원 ▷라선희 3만3천원 ▷강현진 권규돈 김경호 김종균 김진한 김태욱 박미영 변현택 안요셉 안정원 윤선희 이서연 이서현 이석우 이연실 장명상 최춘희 하경석 각 3만원 ▷곽병완 남영희 박희숙 서숙영 서은주 송인규 송재일 안소연 이운호 이재민 이재열 이해수 조영자 천정창 최태준 각 2만원 ▷강나영 강명은 강지원 강필규 권령경 권오영 권오현 권유진 권재은 권증남 김균섭 김다영 김미선 김삼수 김성진 김순희 김은영 김지현 김태천 김태호 박건우 박인배 박진구 박태용 박홍선 배시연 서영진 신철호 우철규 유귀녀 유명희 이대성 이영수 이운대 정동일 정서원 조규태 조성민 조영식 지호열 최경철 최인숙 한정화 황신덕 각 1만원 ▷가지영 문민성 손규리 손희정 윤인주 이시은 이진기 각 5천원 ▷권두영 김진욱 각 3천원 ▷이장윤 2천원 ▷강나영 이현주 최연준 각 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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