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극우 정치세력과 헤어질 결심

입력 2023-04-16 22:22:49

김해용 논설주간
김해용 논설주간

요즘 국민의힘이 몸살을 앓고 있다. 모 종교 단체 지도자는 국민의힘을 거론하며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종교인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발언까지 했다. 최고위원들의 어처구니없는 실언도 되풀이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당 안팎에서 경계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당 지도부는 극우 정치세력 손절이나 실언 논란 최고위원 징계에 주저하는 기색이다. 오히려 쓴소리를 하는 당내 및 친여권 인사들을 내부 총질꾼으로 규정하고 내치려 드는 듯한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기억이 나쁜 건가. 좌파로부터 정권을 되찾아오겠다며 보수 우파가 단합해 정권 교체에 성공한 지 이제 1년도 채 안 됐을 뿐이다. 그런데 당정 간 불협화음이나 당내 분열 뉴스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다. 중도 유권자 설득이 중요한데도 강성 지지층 결집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덧셈 정치가 아닌 뺄셈 정치만 도드라져 보인다.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집권 여당이 이리 내홍을 앓은 전례가 있었던가.

요즘 여당 모습을 보면 2020년 제21대 총선 직전 모습이 오버랩된다.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는 '옥새 들고 나르샤' 공천 파동과 수도권 돌려막기식 공천 잡음, 당내 인사의 막말 논란이 정신없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내부 비판과 자성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 그 결과는 총선 대참패였다. 180석이라는 전대미문의 거대 야당(당시는 여당) 탄생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미래통합당이었다.

소선거구제 특성상 우리나라 선거는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지역구를 가져간다. 우파와 좌파가 각각 나눠 가진 30% 열성 지지자들은 웬만해서는 이탈하지 않는다. 나머지 40%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변수다. 실제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전국 총득표율 차이는 8%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 당의 의석수는 163대 84로 더블 스코어였다.

내년 4월에 있을 제22대 총선에서도 중도층 유권자가 판세를 가를 것이다. 중도층 표심이 어느 쪽에 쏠리느냐에 따라 여야의 의석 구도는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다.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어 예단할 수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집권 여당에 결코 호락호락한 선거가 아니다. 무엇보다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정 동력의 안정화를 기치로 내걸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내홍의 조속한 수습과 심도 있는 정책들의 개발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로서 내년 총선은 중간 평가 성격을 띠는 아주 중요한 이벤트다. 22대 총선에서 과반 국회의석을 확보해야 안정적인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과반 의석을 야당에 다시 내준다면 현 정부는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 그에 따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분열한 정치 세력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 국민의힘은 일단 내홍을 수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극우 성향의 정치인·정치세력과 하루빨리 결별하는 게 좋다. 당 지도부 선거에서는 특정 세력 집단이 당원 집중 가입 방법을 통해 선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총선과 대선은 양상이 다르다. 극단적 목소리는 커서 영향력이 커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그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극우 세력과의 '헤어질 결심'을 미루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중도층의 민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