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학폭은 사회의 거울

입력 2023-04-13 19:59:26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학교폭력은 민감한 이슈이다. 국가수사본부장에 발탁됐던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과거 학폭 이력은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정부는 12일 학폭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엄벌주의가 핵심이다. 2026년부터 가해 기록을 대입 정시전형에도 반영하고, 학폭 기록 보존 기간을 졸업 후 최대 4년까지 늘린다.

학폭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가해 학생 엄벌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처벌만이 능사일까. 청소년기의 일탈이 '주홍 글씨'가 돼서는 안 된다. 현행 소년법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해서도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학폭과 소년범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학생부에 학폭을 기록한 것은 2012년부터. '학폭 근절 대책'에 따른 조치였다. 학폭은 근절되기는커녕 되레 늘었다. 2015년 2만 건이었으나, 지난해는 6만2천 건. 학생부 기재를 막으려는 법적 타툼은 증가했다. 교육부의 '2020∼2022학년도 학폭 조치 불복절차 현황'을 보면, 가해 학생의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2천77건, 행정소송 청구 건수는 575건이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했던 2020학년도에는 가해 학생의 불복절차가 587건(행정심판 478건·행정소송 109건)이었으나 ▷2021학년도 932건(행정심판 731건·행정소송 201건) ▷2022학년도 1천133건(행정심판 868건·행정소송 265건)으로 증가했다.

학폭 기록이 대입 정시에 반영되면 불복절차는 더 늘 것이다. 불복절차는 권리이다. 하지만 불복절차 중 상당수는 처분을 늦춰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한 것이다. 불복절차가 늘면 피해 학생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처분이 늦어지면서 2차 피해를 겪는다. 통상적으로 행정심판은 1개월, 행정소송은 1년이나 걸린다.

학폭은 사회 문제의 축소판이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면 실감한다. 엄벌보다 교육적 해법이 우선이다. 핵심은 피해자의 보호와 용서, 가해자의 사과와 반성이다. 학교와 교사, 부모의 관심과 개입이 중요하다. 교사의 헌신이 학폭을 없앤 사례들도 많다. 사회는 오염됐는데, 학교만 청정하길 바라는 건 몰염치한 욕심이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고, 학교는 사회의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