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고문직 해촉에 "김기현, 엉뚱한 데 화풀이"

입력 2023-04-13 17:14:51 수정 2023-04-13 21:23:20

전광훈 목사 관련 발언 두고 신경전 이어오다 갈등 폭발
"용산서 교통정리 나서" 분석…洪 "욕설 목사 위촉하라" 비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 홍준표 대구시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 홍준표 대구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캡처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캡처

집권당 대표의 리더십을 두고 의견 차이를 보여 온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잇따른 정치적 발언과 행보에 대한 대응 방식을 두고 빚은 갈등 탓이다.

홍 시장은 그동안 전 목사의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즉각적인 퇴출을 주장했고, 김 대표는 홍 시장에게 시정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신경전을 이어오던 두 사람의 갈등은 13일 김 대표가 홍 시장을 당의 상임고문직에서 해촉 하면서 폭발했다.

정치권에선 국정운영과 관련해 너무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는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대통령실이 교통정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대표가 대통령실의 의중을 관철하기 위해 홍 대표의 입을 막았다는 얘기다. 현직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여권에 훈수꾼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김 대표가 총대를 멨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시장의 상임고문직 해촉을 결정했다. 상임고문 해촉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날 결정은 김 대표의 직권으로 이뤄진 것이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으로 활동하거나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활동하거나 이런 분이 안 계신 것이 관례였다"며 "그에 맞춰 정상화를 시킨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당 안팎에선 '관리형 대표'라는 꼬리표 때문에 당무 장악 과정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김 대표가 더 이상 끌려가지 않기 위해 극약처방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김 대표로부터 일격을 당한 홍 시장은 즉각 반발했다.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엉뚱한데 화풀이를 한다"며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고 쏘아붙였다.

특히 홍 시장은 "입당 30여년 만에 상임고문 면직은 처음 들어본다"며 "강단 있게 당 대표를 하라 했더니만 내가 제일 만만했는지 저한테만 강단 있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홍 시장은 "비판하는 당내 인사가 한 둘이 아닌데 그들도 모두 징계하시는 게 어떻겠느냐"며 "문제 당사자에 대한 징계는 안 하고 나를 징계한단 말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상임고문 면직이라는 건 처음 들어본다"며 "정당에서 당내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로 몽둥이 찜질하는 걸 넘어서 이제 상임고문 면직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