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국전 대상 수상, 파리국립미술학교 졸업
닥나무 직접 키워 만든 한지 재료로 사용
개인전 6월 30일까지 쇼움갤러리
"화업 50년,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고 재밌게 작업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지금 살아가는 순간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죠."
전병현(66) 작가는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화가이자, 작업 재료를 직접 키우는 화가다. 고졸 학력으로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에서 대상, 제2회 국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했고 이후 1984년 파리국립미술학교로 유학을 떠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집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상금에 눈이 멀어 국전에 출품하러 덕수궁에 갔는데, 너무 예쁜 작품들이 많았다. 칙칙한 내 작품을 다시 들고 오려니 무거워서 그냥 두고 왔는데, 나중에 대상 수상 소식을 알았다"며 농담처럼 말했다. 그러면서 "큰 상을 받았으니 대학 가기도 뻘쭘한 상황이 됐다. 그래서 당시 가나화랑의 후원으로 프랑스로 떠났다"고 했다.
유학 시절 향수병으로 고생한 그가 다짐했던 건 귀국 후 우리나라의 전통 재료를 갖고 작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회반죽 벽이 마르기 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서양 프레스코 벽화가 사실은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파리국립미술학교 교수의 말은 그가 어떤 작업을 해나갈 지에 큰 영향을 줬다.
귀국 후 그는 한국적 정서에 뿌리를 둔 한지의 두터운 마티에르감을 살려낸 습식 기법의 한지 부조 작업을 선보여왔다.
특히 작가는 닥나무들을 직접 심고 키워 재료로 사용한다. 닥나무의 껍질을 제거하고, 삶고, 물에 짓이기고, 두들기고, 한지 죽으로 형태를 만들어 화면 위로 올리고, 황토와 돌가루를 입힌 뒤 고구려 고분벽화처럼 물기가 마르기 전 먹과 유채, 목탄으로 마무리 작업을 한다.
"결국 우리의 자부심은 전통 재료와 기법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전통한지를 제작하는 장인인 한지장(韓紙匠)들이 점차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까워 직접 닥나무를 심어 한지를 만듭니다. 우리나라 땅에서 난 천연재료를 사용한다는 게 곧 작업의 자부심이자 자존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은 달항아리에 꽂힌 꽃나무 가지들을 위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보름달과 밤하늘의 수많은 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꽃이 생명의 원초임을 얘기하고 싶었을 뿐, 명확하게 어떤 꽃을 생각하고 그리지 않는다. 내 마음속으로 그려낸 꽃인 셈"이라고 말했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한국적 미감을 살린 그의 작품은 추상과 구상,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다는 평을 받는다. 안정현 미술평론가는 "전통과 현대의 공감을 통해 독창적 창작세계를 구축해온 전 작가는 장르와 소재를 넘나드는 끊임없는 자기혁신으로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추구한 작가"라고 평했다.
그의 개인전 'Blossom'은 쇼움갤러리(대구 동구 효신로 4)에서 6월 30일까지 이어진다. 053-745-9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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