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햇빛(日光) 쬐면 친일?

입력 2023-04-11 20:19:35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엑스포 유치' 지원차 부산을 방문해 전국 시·도지사 및 부처 장관들과 만찬을 했다. 그런데 식당 상호가 '일광(日光)수산'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좌파 시민 언론 '더탐사'가 친일 몰이에 나섰다. '일광면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행정구역이고 일광은 영어로 선라이즈, 즉 욱일기의 상징'인데, 여기서 대통령이 만찬을 했다는 것이다.

이 왜곡·억지에 대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좌파들의 친일 몰이, 역겹다"면서 "일광이란 지명은 '일광산'에서 유래했다. 기장군에서 햇볕이 처음 와 닿는 산이라는 뜻이다. 일광산이란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 지명"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광을 영어로 하면 선라이트(Sunlight)이지 선라이즈인가? 선라이즈(Sunrise)는 일출이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좌파·반일 네티즌들은 하 의원을 향해 "네가 더 역겹다"고 퍼부었다.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인식만 고집하는 것이다. 그런 사고에 젖어 있으니 '한일 협력'이 대한민국에 왜 필요한지 생각도 해보지 않고 '한일 협력 하자는 윤석열은 친일·매국'으로 보이고, 나라 망치는 '죽창가' 'NO JAPAN'은 애국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일광은 선라이즈, 선라이즈는 욱일기'라는 궤변이 먹히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 빨간 원과 햇살 무늬만 보면 '발작'하는 사람들이 햇빛(日光)은 왜 쬐는지 모르겠다.

'무지(無知)의 발견'은 인류 근대사의 위대한 발견으로 꼽힌다. 내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인류의 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다. 그럼에도 근대기 조선과 일본이 서양의 과학과 신문물을 받아들인 시기에는 엄청난 차이가 발생했다. 조선은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몰랐고, 일본은 '자신의 무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조선이 나라를 말아먹은 지 100년이 훨씬 지났다. '죽창가'와 'NO JAPAN' '총선은 한일전'을 외치고 '한일 협력은 매국'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여전히 근대 이전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백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모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