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은행 본점은 중소기업 밀집지에 두는 것이 상식 아닌가?

입력 2023-04-12 05:00:00

서울에 있는 기업은행 본점의 대구 이전을 골자로 한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0년 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을)이 여당 원내대표가 됐기 때문이다. 법안 개정안은 상임위에 계류 중이지만 여당 원내사령탑이 대표 발의한 것인 만큼 법안 최종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올 상반기 내에 결정할 것이 확실시돼 대구시 역시 기업은행 유치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정부 계획에 따라 기업은행 대구 이전이 확정되고, 본점 소재지를 서울시에 둔다는 현행 중소기업은행법까지 국회에서 개정되면 기업은행 본점 대구 이전이 현실화된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위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이 이르면 이달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있어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이 나온다.

1961년 설립된 기업은행은 중소기업대출 특화 전문은행이다. 중소기업 금융 지원에 대한 시장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만들어진 기업은행은 금융시장에서 정책적 역할을 요구받아 왔다. 통계를 보면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어 금융권 1위다. 정부 지분이 68.54%, 국민연금공단 지분도 5.37%(지난 10일 기준)에 이르는 것만 봐도 그 공적 기능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은행 대형화와 동시에 내부 결정 기능의 본점 집중이 가속화됐다. 본점 대출 심사가 강화됐고 대구경북(TK) 등 지방 중소기업들은 금융 비용이 상승하는 어려움을 겪어 왔다. 중소기업 밀집지이자 우리나라 산업화 발상지인 대구에 기업은행 본점이 오면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현장성이 강화되고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신뢰도 커진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업은행 본점은 이제 대기업 본사 건물이 즐비한 서울 을지로를 벗어나는 게 상식에 맞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TK 정치권은 상식 부재 현상을 하루빨리 해소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