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일 연예기획사 '엠에스엔터테인먼트' 2018년부터 프로젝트
지방 출신 연습생들 냉혹한 현실 안타까워 직접 지역서 발굴 나서
외모주의 탈피 철저히 실력 위주…최종 우승자 음원 출시·활동 지원
지역 뮤지션 활동 활발…음원 듣고 응원 보내달라
대구경북판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그것도 나이, 성별, 외모, 학력 싹 빼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붙는다.
대구경북 유일의 연예기획사인 엠에스엔터테인먼트의 프로젝트 '블라인드 오디션' 이야기다. 대구경북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뮤지션을 찾기 위해 실시한 블라인드 오디션은 벌써 올해 5회째를 맞았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1차 오디션 예선‧결선을 이어온 '2023 블라인드 오디션'은 12일 최종 우승자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
가수가 되려면 대부분 서울로 가야만 하고, 가고 싶은 게 다수 대중의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어느덧 '개천에서 용 못 나는 시절'이 됐듯이, 뮤지션 시장도 비슷하게 변했다. 냉혹한 연예계에서 더는 맨땅에 헤딩은 통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지방 연습생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한 김정열 엠에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직접 지방에서 뮤지션 발굴에 두 팔 걷고 나섰다. 그와 대구경북 뮤지션 시장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봤다.
◆서울서 못 버티는 연습생들
김 대표도 서울의 엔터테인먼트업에 발을 담갔다. 6년 전부터 프리랜서로 매니저 활동도 이어갔던 그에게 눈에 띈 건 지방에서 오디션을 보러온 가수 지망생들이었다. 이들은 갖가지 오디션에 참가하며 '연습생'이 되려 발버둥쳤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오디션이라도 원 없이 보기 위해선 서울에 정착을 해야 하는데,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했기에 아르바이트에 쏟는 시간이 많았다.
김 대표는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은 신분이 보장되지만 소형 기획사는 그렇지 않다. 하루에 정해진 일정 연습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지망생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카페나 택배 아르바이트에 나선다"며 "월세, 레슨비를 감당하기 위한 돈벌이에 집중하다 보니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이라도 보통 3년을 못 버티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런 냉혹한 현실에 안타까움이 컸다. 그즈음 서울의 일을 접고 대구로 내려온 그는 지역에서 음악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일에 본격 뛰어들기로 했다. 김 대표는 지인의 소개로 대구경북 첫 사회적 기업 연예기획사 법인을 설립했다. 그렇게 2018년 지역 뮤지션 프로젝트 '블라인드 오디션'이 시작됐다.
◆외모주의 탈피…실력으로 승부
코로나19가 심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블라인드 오디션을 통해 매년 신인 뮤지션이 발굴되고 있다. 2018년 프로젝트 첫해엔 남성 3인조 팝페라 '유앤어스'가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고, 2019년엔 여성 싱어송라이터 '소;화', 2021년 남성 보컬 '허동호', 지난해는 여성듀오 '하이' 등이 발굴됐다.
오디션 방식은 먼저 사전 접수한 음원에 대해서만 심사위원들의 1차 평가가 진행되고, 본선에 오른 참가자들은 2차 평가에서 심사위원들 앞에 쳐진 블라인드 앞에서 노래를 하게 된다. 이렇게 최종 우승자가 선발된다.
김 대표는 왜 이렇게 블라인드를 고집할까. 몇 년 전 아이돌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에 순위 조작 논란이 영향을 끼친 것도 있지만, 서울 연예계 시장에서 경험한 외모지상주의 영향도 컸다.
그는 "서울 기획사들은 지망생의 실력보다 외모를 우선시한다. 오디션 때도 비주얼이 괜찮다 싶으면 우선 뽑고 본다. 그런 모습을 너무 많이 보다 보니 지망생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실력으로만 승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성별, 나이, 학력 관계없이 순수하게 블라인드를 쳐놓고 거기서 노래를 잘하는 지망생을 뽑고 싶었다"고 했다.
공정한 심사에 간절한 이들은 많았다. 대구경북의 블라인드 오디션이지만 첫 회 때부터 전국 각지의 지망생들이 몰려들었다. 분명히 홍보 포스터에 '대구 경북 지역 뮤지션'이라는 문구를 넣었지만, 전체 접수자 중 60%는 서울, 경기, 강원, 대전, 부산 등 다른 지방 지망생들이 많았다. 실력으로 무장한 지망생들이 많았기에 고민도 했지만 김 대표는 대구경북 뮤지션을 위한 본 취지를 살리기로 했다.
오디션 최종 우승자들은 엠에스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 뒤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출시한다. 또 지역 라디오방송이나 TV방송에 고정 게스트로 활동하고 지역 내 공연도 이어가면서 팬덤과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대구경북 인디음악 시장의 경우 서울 홍대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대표 하드록 밴드인 밴드아프리카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으며, 이 밴드의 보컬 윤성이 '싱어게인2-무명가수전' 3위에 오르는 등 대구경북 인디의 명성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요즘 워낙 영상 매체가 발달하다 보니 지역 뮤지션들도 아무런 기반 없이 서울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다. 지역에서 음악 활동을 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저 역시 그들에게 밑바탕을 잘 닦는 게 중요하다고 항상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뮤지션을 더 많이 발굴할 수 있도록 지역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많은 시민이 곳곳에서 버스킹을 하는 뮤지션들을 만나면 호응해주고 음원을 직접 검색해주면서 들어주길 바란다. 그 자체가 지역 뮤지션을 도와주는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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