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아이들이 행복한 농촌 학교로 남겨 주길

입력 2023-04-13 15:41:32 수정 2023-04-13 19:34:44

가창초, 폐교 위기 몰렸다가 다양한 지원으로 살아남아
수성구 편입돼도 현재 재정 지원 유지돼야

22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수성구 편입 찬성(왼쪽)·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2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수성구 편입 찬성(왼쪽)·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장성현 사회부 차장
장성현 사회부 차장

1년여 전 대구 달성군 가창면으로 터를 옮겼다. 가창으로 이사를 결정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교육이었다.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아이가 '학원 뺑뺑이'를 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가창초등학교는 꽤 좋은 대안이었다. 통학버스를 운행하니 아침마다 학교에 데려다줄 필요가 없고, 학생 대부분 참여하는 방과후학교가 오후 늦게까지 이어져 굳이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된다.

가창초등학교에는 도시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간과 공간도 있다. 이 학교는 2교시가 끝나면 수업 대신 '뇌 활성화 시간'을 갖는다.

뇌 활성화 수업 40분 동안 아이들은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운동장에 나가 뛰어놀아도 되고, 흙을 밟는 맨발 걷기를 해도 된다. 학교 뒤편 텃밭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도 허용된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동화구연, 바이올린, 택견, 뉴스포츠, 국악, 창의음악 등 취미나 특기와 관련된 수업들로 채워져 있다. 외국어 교육 중심 학교(행복학교)로 지정된 덕분에 원어민 교사가 진행하는 영어 수업도 있다. 모든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무상이다.

농촌 학교인 가창초등학교는 한때 폐교 위기에 몰렸다. 지난 2010년 학생 수가 46명까지 줄었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 기준인 60명(농촌 지역 기준)을 밑돌았다.

위기감을 느낀 주민들은 폐교를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시교육청과 달성군은 원어민 교사 인건비와 대구경북영어마을 온라인 학습 비용에 통학 버스 운영 등을 지원했다.

텃밭과 정원 등 자연 친화적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학교 분위기도 학생 수 증가에 한몫했다. 폐교 위기에 몰렸던 학교는 올해 초 학생 수가 179명까지 늘었다. 지난해 전학 온 학생 수도 20명이 넘는다.

그러나 가창초등학교의 미래가 마냥 밝진 않다. 수년 전부터 소규모 농촌 학교에 대한 관심이 '유지'에서 '통폐합'으로 옮겨갔고, 예산 지원도 조금씩 줄고 있다. 지난해까지 무상 지원되던 우유 급식이 올해부터 유상으로 바뀌었고, 증축이 추진되던 학교 리모델링 공사도 예산이 줄면서 내부 개보수로 규모가 축소됐다.

학생 수도 내림세다. 올 2월 6학년 학생 24명이 졸업했지만 새로 입학한 신입생은 17명에 그쳤다. 당분간 인구 유입 요인도 없어 학생 수 감소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농촌 학교가 유지되려면 도시 학교와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별함은 반드시 '예산'과 직결된다. 그런 면에서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은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다.

수성구 내 유일한 '농촌 학교'로 현재 교육 수준을 유지하려면 수성구는 없던 예산을 만들어야 한다. 인구 유입이 제한적인 농촌 지역에서 지원 예산 감소는 학교의 존폐 위기로 직결된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라면 가창면은 수성구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가창면의 인구 구조와 관련이 깊다.

가창면에서 찬성 주민이 가장 많은 동네는 수성구 파동과 인접한 용계리로 알려져 있다. 도시 기반인 용계리의 인구는 3천150명. 이는 가창면 전체 인구 7천643명 중 41.2%를 차지한다.

가창면이 어디로 가든, 어른들의 선택이 학교를 폐교 위기로 몰거나 아이들의 행복한 학습권을 해쳐선 안 된다. 가창초등학교를 도시와 인접한 농촌 학교로,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자연 속에서 즐겁게 다닐 수 있는 학교로 유지해 주는 것 또한 어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