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 설계…자연·예술·사람 하나로
곳곳에 자연 끌어들인 건축요소…건물 배누서 자연 변화 느껴
제임스터렐관·명상관은 예약해야 관람 가능
정신 없는 일상에 지쳐 잊고 지낸 삶의 여유가 문득 그리울 때, 혹은 오롯이 자연 속에서 느끼는 휴식이 간절할 때가 있다. 그럴 때 훌쩍 떠나서 찾기 좋은 곳 중 하나가 바로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Museum SAN)'이다. 전시관이라기보다는,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며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뮤지엄 산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해 노출 콘크리트와 빛, 물 등 자연 요소를 끌어들인 독창적인 방식을 선보여오며 세계적인 건축가 반열에 올랐다.
뮤지엄 산 역시 자연과 예술, 사람을 하나로 잇고자 하는 안도 타다오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매표공간인 웰컴센터를 시작으로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본관, 스톤가든, 명상관, 제임스터렐관 등으로 이어져있다. 전체 길이 700m의 뮤지엄 전체 공간을 산책하듯 가볍게 걸으며 관람하면 2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뮤지엄 산에 입장해 플라워가든을 지나 코너를 돌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워터가든은 뮤지엄 산의 대표 이미지로 자주 등장하는 공간이다. 마치 거울과 같은 고요한 물 표면, 하늘과 나무의 반영이 신비한 느낌을 더한다. 본관이 마치 물 위에 떠있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본관으로 가는 게이트 역할을 하는 알렉산더 리버만의 새빨간 초대형 조형물 '아크웨이(Archway)'가 이곳이 뮤지엄임을 알게 한다.
제지 사업으로 잘 알려진 한솔그룹의 한솔문화재단이 만든 뮤지엄답게, 본관은 종이박물관 '페이퍼갤러리'와 미술관 '청조갤러리'로 구성돼있다. 페이퍼갤러리에서는 종이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에 대한 자료들을, 청조갤러리에서는 기획전시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본관에서는 '알고보면 재미 있는' 요소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본관 내부를 둘러보면, 형광등과 같은 직접 조명이 전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비상구, 바닥 부분의 무드등과 같은 간접 조명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내부가 어둡지 않게 느껴지는 건, 자연의 빛을 끌여들였기 때문이다. 천장을 따라 가로로 길게 난 슬릿창은 미술관 내부의 전체적인 조명 역할을 한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조도. 이 역시 건물 내부에서도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한 건축가의 의도다.
안도 타다오 특유의 건축 방식인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벽도 흥미롭다. 타일의 줄무늬 같은 선들은 거대한 벽면과 천장, 바닥까지 한줄로 이어져있다. 심지어 이 모든 선들은 벽에 돌출된 화재경보기, 콘센트와 기둥이 있을 경우 정중앙만을 지나도록 맞춰졌다. 안도 타다오가 추구하는 섬세함의 끝판을 볼 수 있는 요소다.
또한 미술관 내외벽을 장식한 돌은 경기도 파주에서 채취한 '파주석'이다. 해당 지역에서 나는 건축자재를 선호하는 안도 타다오는 파주석 외에도 원주 귀례면에서 나는 귀례석을 활용해 스톤가든을 꾸미기도 했다.
뮤지엄 산에 방문한다면 본관 외에도 빛과 공간의 예술가로 불리는 제임스터렐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제임스터렐관, 40분 가량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명상관도 가볼만하다. 다만 정해진 관람 시간과 인원 제한이 있어 매표 때 미리 예약해야 한다.
현재 뮤지엄 산 개관 10주년을 맞아 안도 타다오의 건축 역사를 총망라한 '청춘(Youth)'이 7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를 기념해 만들어진 청사과 모양의 대규모 야외조각은 안도 타다오가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청춘은 인생의 시기가 아닌 마음가짐이다. 나이가 들어도 꿈을 갖고 청춘으로 살아가자"는, 청사과처럼 푸르고 무르익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가득 찬 인간과 사회를 꿈꾸는 그의 소망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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