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역사문화공원, 전통과 문화, 쉼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
푸른 하늘과 물, 왕버들과 복사꽃이 물 속에 반영된 반곡지 환상적
경북 경산에는 어느새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이 지고 복사꽃이 피었다. 시인 유치환은 '열여덟 아가씨의 풋마음 같은 새빨간 순정의 봉오리'라고 복사꽃을 비유했다. 봄을 물들인 복사꽃 향연에 취해 잠시나마 팍팍한 일상생활과 코로나19로 지쳐있던 심신을 맡겨 보면 어떨까. 한층 더 여유가 생기고 마음도 편안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관광지가 아닐지라도 가족끼리 아니면 친구나 연인과 함께 호젓하게 즐기며 힐링을 할 수 있는 경산 근교의 가볼만 한 곳을 소개한다.
◆전통과 문화, 쉼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
경산시 남산면 인흥리에 자리잡은 삼성현역사문화공원. 26만2천여㎡의 넓은 면적에 조성돼 있다. 경산에서 태어난 세 성현, 즉 한국불교를 대중화한 화쟁국사 원효, 이두를 집대성한 설총, 삼국유사 집필로 우리 민족 역사관을 세운 보각국사 일연의 역사 문화적 업적과 정신적 유산을 계승하고 도시생활에 지친 시민들의 휴식을 위해 2015년 문을 열었다. 전통과 문화, 쉼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찾아 보고 즐기고 쉬면서 역사도 배울 수 있다.
이 공원내 역사문화관은 삼성현의 생애와 업적을 다양한 콘텐츠로 전시한 상설전시실, 현재 '고려가 그린 원효' 전시를 하고 있는 기획전시실, 놀이와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전 연령대를 위한 체험형 전시를 하는 온가족실, 삼성현 관련 도서 및 자료를 보관하는 아카이브실로 구성돼 있다.
역사문화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공원 야외 곳곳에는 삼성현과 관련한 일화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장으로 가는 길에 원효, 의상 두 스님이 당나라 유학길을 떠나는 모습과 해골 물을 마시는 원효 모형의 동상이 있다. 깨달음 체험장 안에는 원효가 깨달음을 얻었던 일화를 가상·증강현실(VR, AR)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공원에서는 도심 속 생활에 지친 시민들에게 가족과 함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체험시설과 공간이 많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공간이 있어 평일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체험학습을 위해 찾는 어린이들이 많고, 주말이면 가족단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연중 아이들, 가족들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곳이다.
길이 52m의 8레인을 갖춘 사계절 레일썰매장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마력이 있다. 레일썰매를 타고 빠른 속도로 내려갈 때 짜릿한 스릴을 느끼고 깔깔 웃으며 즐길 수 있다.
삼성현 유아 숲 체험원은 소나무 숲 아래에서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오감을 통해 자연과 교감을 할 수 있다. 어린이의 놀이터, 연못, 바닥 분수대, 국궁 체험장, 경산 콘텐츠누림터(VR체험관)도 있다. 최근에 이 공원내 개장한 경산 국제클라이밍장은 국제 규격의 실외 인공암벽장을 갖췄다. 6월까지는 무료, 이후는 유료로 운영한다.
이 공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꽃밭과 무궁화 동산, 이야기 정원, 미로 정원 등이 잘 가꿔져 있다. 공원 곳곳에서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운다. 그네를 타고 굴렁쇠를 굴리고 투호를 하며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따스한 봄볕 아래 맘껏 뛰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마치 원효대사가 추던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무애춤을 떠올린다.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은 어른들도 힐링하기 좋은 공원이다. 측백나무로 조성한 미로정원과 어린이 놀이터를 지나면 유아 숲 체험원을 오르는 길을 따라 소나무 숲 속의 둘레길을 걸을 수 있다. 그곳을 지나 무궁화동산 위쪽의 전망대 노릇을 하는 정자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그 청량함에 저절로 힐링이 되는 듯하다.
이 공원 인근에 있는 동의한방촌은 대구한의대에서 위탁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원스톱 힐링체험촌이다. 이곳에서는 한의 진료-처방-탕제에서부터 티톡스 체험, 한약재 족욕, 화장품 만들기, 한방약차 오감체험, 건강 운동교실 등을 진행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동의한방촌의 야외테마공원과 작은 반곡지라고 불리는 자라지 둑길을 따라 걸으면서 신록으로 물드는 봄을 만끽할 수 있다.
◆'한국의 무릉도원' 경산 반곡지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에 있는 반곡지는 한국판 '무릉도원'으로 불린다. 봄이면 자연이 만든 연초록 왕버드나무와 연분홍 복사꽃이 빚어낸 풍경이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어느계절보다 봄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아름다운 저수지로 명성이 높아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핫플레이스가 된지 오래다.
저수지 둑에 뿌리를 내린 아름드리 왕버드나무 10여 그루가 잔잔한 수면에 반영(反影) 된 모습이 환상적인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저수지 한켠에는 분홍빛으로 물든 복사꽃도 물 속에 반영됐다. 마치 물 속에 비친 제 모습에 홀린 듯하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녹음을 자랑하는 왕버드나무와 저수지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다. 그림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연신 감탄사를 지른다.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마치 사진작가라도 된 듯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모두 '인생샷'이 될 것만 같다.
푸른 하늘과 물, 그 사이의 왕버들과 복사꽃이 물 속에 반영된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운 반곡지는 우리들을 유혹하고 힐링을 선사한다.
반곡지가 사진 촬영 장소로 유명세를 탄 것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로 선정되면서부터다. 그 전에는 강태공들의 낚시터 정도로 알려졌었는데, 몇몇 사진작가들이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거나 웨딩사진 작가들이 웨딩화보를 찍으려고 찾으면서 남에게 알려주기 싫은 '비밀 장소'였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이 하나둘씩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나오면서 반곡지는 누구나 한번쯤은 꼭 찾아 사진 찍고 싶은 명소가 된 것이다.
반곡지는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드라마 '홍천기', '구르미 그린 달빛', '사의 찬미', '붉은 단심' 등을 촬영했다. 2014년 개봉한 영화 '허삼관'에서는 주인공 허삼관이 더 많은 피를 팔기 위해 반곡지 물을 퍼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꼭 카메라를 들지 않더라도 연초록 데칼코마니와 화사한 복사꽃이 어우러져 마치 무릉도원을 연상케하는 봄의 반곡지. 하지만 신록을 자랑하는 여름, 단풍으로 물든 가을,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목(裸木)의 겨울. 계절마다 그 풍광을 눈에 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곳이 반곡지이다.
이달 8일 반곡지 일원에서 제9회 복사꽃길 걷기 행사가 열린다. 올해 행사는 '복사꽃과 걸어간다'를 주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 만이다. 반곡지 주차장에서 복사꽃길을 따라 1㎞, 1.5㎞ 코스를 선택해서 걸으면 된다.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반곡지 주변 복사꽃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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