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핼러윈 보고서 삭제' 경찰 정보라인 "혐의 부인"

입력 2023-04-03 12:56:03

박성민 전 부장 "삭제 지시 아니고 제출하지 말라 한 것"
김진호 전 과장 "반복적 삭제 지시 따른 것…위법성 조각"

박성민 서울경찰청 전 정보부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성민 서울경찰청 전 정보부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진수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핼러윈 정보 보고서' 4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56)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53)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이 재판에서 삭제 지시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선 주장이 엇갈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의 심리로 3일 오전 진행된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 등 3명의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전 부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용산서 정보관 보고서(핼러윈 정보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 전체를 부인했다.

박 전 부장 측은 이날 논란이 되는 보고서 4건 가운데 1건에 대해서는 삭제 지시 자체를 부인했고, 나머지 3건은 "삭제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 제출을 안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보고서는 삭제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 '감찰에서 요구하면 그때 제출하자'고 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전 과장 측은 상급자인 박 전 부장 지시를 반복적으로 받아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전 과장 측 변호인은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혐의에 대해 "피고인 입장에서는 카카오톡이나 전화를 통해 박 전 부장으로부터 반복 지시를 받았다"며 "(박 전 부장이) 규정에 의한 것이라고 여러번 강조해 위법한 지시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던 점을 참작해달라"며 위법성 조각 사유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증거인멸교사와 관련해서도 "용산서 정보관 보고서는 (박 전 부장의) 지시로 삭제됐다는 시점에는 이미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돼 증거가 제출됐기 때문에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두 사람은 이태원 참사 직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서 정보관의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와 SRI 보고서 3건 등 총 4건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를 받는다. 이들의 지시를 받고 보고서를 삭제한 용산서 정보과 직원 곽모(41) 씨도 함께 재판받고 있다.

용산서 정보관 보고서에는 핼러윈 기간 대규모 인파에 따른 사고 위험성과 경찰 대응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이들 보고서를 경찰 관계자들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로 보고 있다.

SRI 보고서는 특정 현안 등에 대한 정보수집 및 분석이 필요한 경우 상급 관청에서 하급 관청 정보 담당 경찰관들에게 지시해 제출받는 보고서를 말한다. 삭제된 보고서 3건에는 핼러윈 기간 대규모 인파에 따른 사고 위험성과 불법행위 우려, 경찰 대응 방안 등이 담겼다.

검찰은 김 전 과장에 대해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에 대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4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