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스토킹인가요”, 14살 연하 신임여경 ‘치근덕’ 40대 벌금 300만원

입력 2023-03-28 20:51:45 수정 2023-03-28 21:59:25

연락하지 말라 얘기했는데… 1년여 간 직장서 마주치며 “달라진 태도 느꼈다” 주장
“그만하세요 진짜” 하는데 “이쁘다고 하는 게 뭐가 문제냐, 한번 만나자”
검찰 ‘구약식’ 벌금300만원에 “무죄 다투겠다” 국민참여재판까지 신청

대구법원 전경. 매일신문DB
대구법원 전경. 매일신문DB

14살 연하의 신임 여경을 스토킹한 혐의로 현직 경찰관이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종길)는 28일 스토킹 혐의로 기소된 A(41)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14살 연하의 신임 여성 경찰관 B씨에게 지난해 2월 6∼8일 24차례에 걸쳐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해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9년 9월 대구 강북경찰서 한 지구대로 신규 발령받은 B씨는 SNS나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같은 지구대 소속 다른 팀원 A씨의 사적인 연락에 부담을 느꼈다. 결국 2020년 10월과 11월 더 이상 연락을 하지 말아달라며 명시적인 거절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A씨는 그 이후로도 B씨가 준비 중이던 승진 시험이나 업무상 애로사항 등을 주제로 몇 차례 더 연락을 해왔고, B씨 역시 A씨를 완전히 무시하기보다 짧은 답장을 보냈다. 업무상 우연히 마주치는 자리에서도 의례적인 인사는 주고 받았다.

A씨가 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2월6일 자신과 피해자, 상호 공통지인인 직장동료 등 3명이 우연히 마주친 자리에서부터다. 이날 1분정도 인사를 주고 받은 걸 계기로 "시내 갔다가 버스 타고 오는겨?", "소주 한잔 한겨", "오랜만에 봐서 반갑네 ^^" 등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날 저녁에도 오후 10시 41분쯤 전화해 피해자와 통화한 후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 "니 이쁘다", "한번 만나자", "만나서 얘기해줄게" 등 메시지를 연달아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피해자의 연락 거절 의사가 1년 2개월간 경찰서 로비나 주차장 인근에서의 몇 차례 우연한 만남에서 주고 받은 인사 등으로 묵시적으로 철회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불쾌감은 유발했을 수 있으나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는 아니었고, 피고인의 행위는 성인 남녀 간에 주고 받을 수 있는 정도의 호감표시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라는 논리를 펼쳤다.

배심원과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2021년 11월 명시적 거절 이후 몇차례 피고인과 피해자가 만나 이뤄진 대화는 같이 근무하는 장소 안이거나 그 근처에서 이뤄진 일이고, 그 이유만으로 명시적 거절의사 표시가 묵시적으로 철회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피해자가 경찰 조사부터 법정 증언까지 일관되게 불쾌감은 물론 성적수치심과 함께 소름돋을 정도의 두려움을 느꼈다고 얘기하는 점에서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서 불안감과 공포감을 줬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며 감봉 3개월의 경찰 내부 징계를 받았다. 검찰이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벌금형만 내리는 '구약식' 처분으로 벌금 300만원을 받을 수 있었으나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배심원 판결을 받아보겠다며 국민참여재판까지 신청했다. 이날 검찰은 A씨가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며 약식명령보다 많은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