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지로 지음·이선희 옮김/다산책방 펴냄
"더 이상 기대어 울 곳 없는 고객님께 맞춤 엄마를 서비스합니다."
일본에서 출간 즉시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서 종합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던 아사다지로의 신작. 누구에게도 힘들다고 말할 수 없는 어른들이 가짜 엄마와 가짜 고향에게서 위로를 받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꿈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시작된다. 그곳은 기차를 한 번 갈아타고 한 시간에 한 대 오는 버스를 탄 다음 비스듬한 언덕을 오르면 보인다. 아궁이불 내음이 밴 낡은 시골집 한 채가 보인다. 그곳엔 "드디어 왔구마!"를 외치며 마중 나오는 조그만 엄마가 있다. 작은 엄마 곁에서 소박하고 따끈한 밥을 먹고 옛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잠든다. 그런 하룻밤이 지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탄다.
이는 바로 1박2일에 500만원, 소수의 VIP만을 위해 카드 회사에서 마련한 아주 특별한 휴가 프로젝트 '당신에게, 고향을' 코스다. 고향이라곤 모르는 도시인들에게 귀향의 기쁨을 안겨주는 대규모 기획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 책은 낡은 가족 예찬을 말하지 않는다. '나의 마지막 엄마'에서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은 데면데면한 관계다. 도시 생활에서 가족이란 취약한 존재다. 이혼율도 높고 자녀와의 단절도 많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도시에서 태어나 성실하게 살아왔으나 현실에 지친 중장년층이다. 편리한 도시 생활을 해온 것이지 결코 행복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편리함과 다른 행복은 무엇인가. 그들을 진정 살고 싶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주인공들은 이 유토피아 같은 마을에서 예상치 못한 깊은 안식을 얻는다. 기차를 갈아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한참이나 가야하는 먼 귀성길의 불편함을 500만원을 주고 사지만 번거로움대신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들의 귀향은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하나 더. 이야기는 가짜 고향에 거주하는 '맞춤 엄마'를 통해 완성된다. 엄마가 되는 대가로 카드 회사에서 돈을 받는 노인이 낯선 자식들을 품어주는 진짜 이유는 또 다른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험난한 세월 속 숱한 고통을 겪고 왔지만 자신의 삶도 결코 끝이 아니라는, 누군에게 손을 뻗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그 희망이다. 400쪽, 1만7천500원.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