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계 받고 7조원 외환 송금…중국인 투기세력 도운 증권사 직원 5명 기소

입력 2023-03-20 10:14:55 수정 2023-03-20 21:59:11

중국국적 투자자 ‘김치 프리미엄’ 이용 2천500억원 상당 수익 올려
수천만원대 금품수수 팀장 구속, 핸드백 등 받은 팀원 4명 불구속 기소
경찰 "불법 규모 이례적"

대구지검 건물 전경. 매일신문DB
대구지검 건물 전경. 매일신문DB

고가의 명품 등을 받고 외국인 가상자산 투기세력의 불법 외환 거래를 도와준 증권사 직원 5명이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이일규 부장검사)는 불법 외환송금을 도와준 국내 증권사 팀장급 직원 A(42) 씨를 업무방해, 외국환거래법위반방조, 수재 등 혐의로 구속하고 팀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기소된 증권사 직원들은 외국 법인이 자사에 개설한 국내 계좌를 통해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3년 간 약 831회에 걸쳐 7조원 상당의 외환 송금 및 입금을 도와준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국적의 B(42)씨는 케이만제도에 설립한 해당법인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국내거래소에서 해외보다 비싸게 팔리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 7조원대의 거래를 통해 2천500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B씨 같은 경우 외국환거래가 엄격히 제한돼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런 수익금을 외국환으로 환전해 자신의 회사로 송금하는 게 불가능한데, A씨와 직원들이 문제를 해결해줬다. 장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관련송금이나 회수가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을 활용, 파생상품 소요자금인 것처럼 허위 확인서를 첨부해 은행을 속인 것이다.

A팀장은 이 대가로 수천만원대 명품시계를 비롯해 5천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직원들도 400만원에서 2천900만원 상당의 명품핸드백 선물, 고가의 와인접대를 받는 등 불과 몇달만에 팀 전체가 수수한 금액이 1억원이 넘었다.

검찰은 가상자산 거래로 2천500억원 상당의 수익을 챙겨 해외로 도주한 B씨와 한국인 직원 C(39) 씨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국제 공조 수사중이다. 이들이 보유한 113억원 상당의 증권자산과 차명계좌에 보유한 20억원 상당의 예금에 대해서는 법원으로부터 추징보전 결정 받아 동결 조치가 이뤄졌다.

이번 사건 수사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에 개설된 외국인 전용 계좌가 해외송금 창구로 쓰인 정황을 파악하면서 시작됐다. 금감원이 검찰에 관련 자료를 이첩했고, 대검찰청이 앞서 시중은행의 1조원대 불법 외화송금 사건을 수사한 이력이 있는 대구지검에 또 다른 사건을 배당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담당 직원들이 관련 규정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금품 수수 대가로 매우 이례적인 규모의 외환거래가 이루어짐에도 회사에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등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매우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과 같은 불법 외환거래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으므로 증권사의 관리감독 책임,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확인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