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댕이가마 20등분 하자”…9대째 가업 잇는 대한민국 대표 도예가문에 무슨 일이?

입력 2023-03-20 14:27:03 수정 2023-03-20 17:38:15

국가민속문화재지정 예고된 가문의 상징 ‘망댕이 가마 소유권’ 놓고 내부갈등…곤혹스런 문화재청 문화재 지정 전격 보류

집안 소유권 갈등으로 국가민속문화재지정이 보류된 문경 전통 망댕이가마 . 고도현 기자
집안 소유권 갈등으로 국가민속문화재지정이 보류된 문경 전통 망댕이가마 . 고도현 기자

문화재청이 9대째 전통도예를 이어오는 '김취정 가문'의 망댕이가마를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 예고하자 심각한 집안 내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가마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등 집안 분란이 일자 문화재청이 문화재 지정을 보류하는 사태에 이르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북 문경에서 국내 유일하게 전통도예를 가업으로 전승해 오는 도예가문(1대 김취정 사기장)에는 무형문화재에 등록된 3명의 사기장이 있다.

7대째 도자가문을 잇고 있는 백산 김정옥 명장(영남요)은 국내 유일의 대한민국중요무형문화재 사기장이며 그의 조카들인 8대 김영식(조선요), 김선식(관음요)도 모두 경북무형문화재 사기장이다.

또한 김정옥 사기장의 아들인 김경식 사기장 전승교육사와 손자(9대) 김지훈 씨까지 모두 10여 명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가치를 인정해 문화재청이 지난 1월 26일 이 가문의 상징인 망댕이가마(1863년 선대부터 내려오던 도자기를 구워내는 시설)를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 예고하자 심각한 내부갈등이 발생했다.

이 가마는 가문의 장손이자 김정옥 사기장의 장조카인 김영식 사기장이 관리하고 있다. 건축물관리 대장 등 법적 등기도 1996년부터 그의 소유로 돼 있다. 이를 근거로 그는 2006년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심사에서 단독 소유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김정옥·김선식 사기장 등을 포함해 이 집안 대부분의 도예인 등 14명이 "김영식 사기장 단독소유는 부당하다"며 문화재청에 이의신청을 했다.

일부는 대구지법 상주지원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공동으로 해달라는 민사소송을 청구했다.

이 가마는 김영식 사기장의 조부이자 김정옥 사기장의 부친인 고 김장수(6대째 사기장 조선시대 마지막 도공) 씨 소유였는데 1973년 작고함에 따라 자손 20명이 민법에 따라 공동소유로 지분별 상속이 이뤄졌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즉, 가마의 소유권을 지금이라도 20등분으로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김장수 사기장은 생전에 장남 천만, 차남 복만, 삼남 정옥 씨 등 사기장 3형제와 두 딸을 두었고 천만 씨의 장남이 김영식 사기장, 복만 씨의 5남이 김선식 사기장이다.

이들은 김영식 사기장이 비록 장손이지만 선대의 유언도 없었는데 일방적으로 단독소유로 등기 신청을 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김영식 사기장 단독소유가 되면 김장수 사기장의 다른 후손들의 현장 방문 및 조사연구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김영식 사기장은 "17년 전 망댕이가마가 경상북도 민속문화재로 지정될 때는 삼촌 김정옥 사기장을 비롯한 집안사람 모두가 당연히 장손 앞으로 해야 한다고 동의했고 관련 부지도 내 개인돈으로 사들였다"며 "지금에 와서 갑자기 돌변해, 집안의 보물인 망댕이가마의 국가문화재 지정에 차질을 빚게 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갈등이 확산되자 문화재청은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었던 망댕이가마의 국가민속문화재 지정을 전격 보류했다. 소유권 소송 결과에 따라 재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지정여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지역문화예술계는 매우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한 문화계인사는 "선대 사기장님들이 하늘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면 얼마나 안타까워 하실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도예명문답게 서로 한 발씩 양보해서 슬기롭게 이 문제를 잘 풀어내기를 바랄 뿐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