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력 저조·전임 감독제…한국 야구 WBC 1R 탈락이 남긴 숙제

입력 2023-03-14 15:52:54 수정 2023-03-14 19:06:40

첫 국제대회 나선 젊은 투수진 '흔들'…프로리그서 제대로 키워야
장기 계획 세울 '전임 감독제' 부활 목소리도
당장 10월 아시안게임 눈앞…참사 막으려면 청사진 필수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 5회말 22대2 콜드게임 승리로 경기를 마친 한국 이강철 감독 등이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 5회말 22대2 콜드게임 승리로 경기를 마친 한국 이강철 감독 등이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 야구 대표팀의 여정이 초라한 성적표로 마무리됐다. 출전 전 당찬 포부는 온데간데없고 마운드 부실, 지도력 부재 등의 문제점만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중국과의 경기에서 22대 2 콜드게임 승을 거뒀지만 같은날 호주가 체코를 꺾으면서 조 3위에 그쳤다. 2라운드(8강)행 티켓은 1위 일본과 2위 호주에 돌아갔다.

초대 대회인 2006년 WBC에서 4강, 2009년 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한국 야구는 2013년과 2017년에 이어 6년 만에 재개된 '야구 월드컵'에서 다시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처럼 한국 야구가 세계무대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데에는 마운드의 문제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 WBC 본선 1라운드 1차전에서 7점을 뽑았지만 8점을 내주고 패했다. 무려 7명의 투수를 투입했음에도 호주의 화력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는 충격적인 '한일전 대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10일 일본과 2차전에서 3점을 먼저 내고도 불펜 투수들의 집단 난조로 뭇매를 맞고 4대 13으로 졌다.

한국 야구의 투수력이 얼마나 허약한 지 그 바닥을 드러낸 대회였다.

한국은 준비과정부터 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뽑을 만한 투수가 없자 김광현, 양현종 등 30대 중반의 베테랑을 다시 뽑아야 했다. 그러나 이 두 선수는 각각 일본, 호주전에 나서 낭패를 당했다. 노쇠화된 기미가 역력했다.

물론 젊은 투수들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2000년 이후 출생한 투수가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김윤식(LG 트윈스), 소형준(kt wiz), 이의리(KIA 타이거즈) 등 4명이었고 1999년생 투수도 곽빈(24), 정철원(24·이상 두산 베어스), 정우영(24·LG) 등 3명이나 됐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 역시 큰 무대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공을 제대로 뿌리지 못했다. 그나마 제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원태인도 최종전인 중국과의 경기에서 1이닝 2실점을 하며 흔들렸다.

이처럼 한국의 투수들의 경쟁력이 국제대회에서 뒤떨어지게 된 것은 KBO리그 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양적 팽창에 성공한 프로야구가 투수 자원의 질적 팽창에선 실패했다는 얘기다.

한 번도 풀타임을 경험하지 못했던 고졸 투수들을 곧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하는 등 근시안적인 전력 운용에 집중하는 시스템은 제대로 된 투수를 키워내기 적합하지 않다. 마이너리그, 2군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량 발전을 도모하는 미국이나 일본 야구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리고 실행하는 데 유리한 '전임 감독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 야구의 전임 감독제는 2017년 선동열 전 감독과 2019년 김경문 전 감독 이후 맥이 끊겼다. 이런 조치는 야구가 국제 대회가 적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올해만 해도 항저우 아시안게임(10월)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11월)가 열릴 예정이다. 내년엔 프리미어12가 개최되고, WBC도 3년 뒤 열린다. 전임 감독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앞으로 한국 야구가 이번 대회와 같은 '참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국제 대회 성적을 위한 단기책과 장기적인 청사진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전임감독제는 그 첫 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