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초 윤석열 대통령이 구미를 찾아 금오공대에서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국가 미래가 걸린 과학기술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서 윤 대통령은 "금오공대는 박정희 대통령의 얼과 숨결이 살아 있는 곳"이라며, 이곳에서 첫 번째 인재양성전략회의를 개최하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박 전 대통령께서 1975년부터 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돌아가시기 한 달 전 최종 재가를 해 1980년에 개교한 학교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69년 한국 최초의 국가산업단지를 구미에 조성했다. '전자'(電子)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그 시절, 전자공업을 국가수출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공단 인근에 학교를 세웠는데, 오늘의 금오공대와 금오공고, 구미전자공고다. 박 전 대통령의 선견지명 덕분에 구미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유기적으로 공급하는 산학연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반세기 전 과학기술인재 양성의 토대를 마련하고 경제 부흥을 이끈 박 전 대통령을 국가 미래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가진 지도자로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산업화에 성공하고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사람에 투자했기 때문이다"고 했다. 또 "나라를 살리는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은 교육에 있다"면서 "국가 발전의 동력은 과학기술이고, 그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이 다녀간 지 한 달여 만에 구미는 재계 지도자의 방문이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구미전자공고를 찾아 전자기기인쇄회로기판 설계 수업을 참관했다. 이 회장은 학생들에게 "젊은 기술 인재가 제조업 경쟁력의 원동력"이라며 "현장 혁신을 책임질 기술 인재들을 항상 응원하겠다"는 격려를 전했다.
이 학교는 1954년 구미농고로 출발한 이래, 1976년 구미전자공고로 교명을 바꿨으며 1977년엔 국립으로 전환했다. 전자과와 메카트로닉스과 2개 학과를 두고 전국적으로 226명을 선발해 전문기술인력을 육성하는 마이스터고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 주요 관계사에는 구미전자공고 출신 임직원 약 2천여 명이 현장의 숙련 인재로 활약하고 있다.
구미전자공고 출신인 이준우 교장은 한때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사인 '팬택' 사장을 역임하고, 모교에서 후배들에게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맞춤식 교육과정을 전수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 취업률은 거의 100%다.
이 회장의 구미전자공고 방문은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과의 상생, 기술 인재 육성 전략의 연장선이다. 인재 양성에 있어 이 회장이 또 애정을 쏟는 분야는 삼성전자 구미 스마트시티 등 전국 5곳에서 운영 중인 '삼성 청소년소프트웨어(SW)아카데미'다. 지역 청년의 취업 경쟁력을 높이며 지역 기업에 SW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 등 국내외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임직원들에게는 예산 절감을 강조하지만, SW아카데미 운영엔 조금의 위축도 없다고 한다. 2018년부터 총 3천500명의 개발자를 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이 최근 구미 방문에서 던진 메시지는 결국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과 고교 인재들을 기업이 흡수하는 것이다. 경북도가 구미에 지역산업 기반 인재양성체계 구축 시도를 밝혔다. 지역 주도의 파격적 인재 영입 시스템 마련이다. 산학 연대로 굳건히 뿌리내리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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