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소프라노
잘 정리된 침구, 톤온톤 컬러들의 가구들이 매치된 깔끔한 공간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다. 맛집은 간이 세지도 약하지도 않다. 오로지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적당한 간으로 요리한다. 관계에 있어서도 서로 간의 선을 잘 지키며 나이스함을 풍기는 사람이 매력적이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쳐 있지 않고 조화로운 중도의 미학이 우리 삶 속 곳곳에 묻어나있다.
요즘 오페라 공연 준비가 한창이라 수많은 훌륭하신 성악가 선생님들 소리를 라이브로 자주 듣게 된다. 그중 몇 분들의 노래를 들을 때면 감히 '우와 정말 깔끔하다'라고 속으로 감탄하며 귀 호강을 한다. 악기처럼 정확한 피치로 우아하게 뉘앙스까지 풍기시며 자유자재로 부르시는 걸 보면 군더더기 없는 묘기에 가깝다. 절대 소리에 욕심내지 않고 잘 받쳐진 횡격막으로 호흡을 불어내 잘 비벼진 성대로 노래하며 극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듣는 이로 하여금 피로감을 주지 않는다. 유연하게 능구렁이처럼 관객들을 울려내고 웃겨낸다.
하지만 이런 음악이 나오기 전까지의 과정은 절대 깔끔하지 않다. 홀로 연습할 땐 내가 지금 호흡이 잘 받쳐지고 있는지, 음정은 맞는지, 발음은 정확한지 제대로 캐릭터를 표현하고있는지 등 계속 체크하며 원 맨 쇼를 하고 함께 리허설할 땐 총만 안 들었지 정말이지 전쟁터다. 동선도 맞춰야 하고 함께 연기하며 극의 흐름 속에 있어야 한다. 거기에 소리까지 쭉쭉 뻗어 나가야 한다. 어느 거 하나 놓쳐서도 치우쳐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외줄 타기 광대가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으면 떨어지듯 중도의 길을 벗어나면 극이 무너진다.
몇몇 분들께 비결을 여쭤보면 허허 웃으시며 '길에서 벗어나지 마' ,'그냥 음악의 흐름을 따라가'라고 말씀하신다. 참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묵묵히 중도를 걸어가지만 듣고 보는 사람은 온갖 감정을 다 느낀다니 말이다. 물론 이렇게 웃기까지 피땀 흘린 과정을 겪었다고 이어서 말씀해 주셨다.
악보에는 쉼표가 있다. 극 중 인물들이 서로 소통할 시간을 주고 오케스트라에게 공간을 내어준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은 관객들에게도 온전히 느낄 쉼표를 준다. 그래서 학창 시절 스승님들이 작곡가들이 악보에 다 써놨으니 소리와 감정을 오버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나 보다. 이번 공연을 통해 중도의 미학을 다시 맘속에 새기게 된다. 좀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 같고 공연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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