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가 운다’ 반도체 위기 앞날도 먹구름

입력 2023-03-02 15:45:00

‘수출 빨간불’ 1년 동안 무역수지 적자, 25년 만에 처음
미국은 보조금 중단 독소조항, 중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키워

기획재정부는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우리 경제의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수출의 '영원한 효자'일 것 같았던 반도체 산업 위기가 길어지면서, 앞날 역시 먹구름이 끼었다. 주력 산업의 위축에 나라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무역수지 1년 동안 적자라는 위기 경고등이 켜졌다. 글로벌 No.1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현대(HYUNDAI)에서 인수해 꾸준히 성장해오던 SK하이닉스 역시 위기 타계를 위한 대책 마련과 적자 감소 대응책에 고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5% 감소한 501억 달러(약 65조원), 수입은 3.6% 늘어난 554억 달러(약 70조원)로 각각 집계됐다. 더 심각한 것은 무역수지가 지난달 53억 달러(약 7조원)의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3월부터 만 1년(12개월) 동안 마이너스 행진중이라는 것. 1년 이상 무역적자가 지속된 것은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연속 적자를 낸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수출 감소의 주된 원인이 바로 반도체 산업의 실적 악화. 2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2.5%(약 5조7천억원) 급감하면서, 7개월째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대중(對中) 수출도 24.2%(약 3조원) 감소해 9개월 동안 마이너스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앞날 역시 가시밭길이다. G2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미국은 안보를 앞세워 10년 동안 중국 현지에 설비 확장을 할 경우 보조금 지급 중단이라는 독소조항을 만들어 위협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국 반도체 기업들이 경쟁력을 국가 차원에서 키우고 있다.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24% 넘게 줄어 8개월째 감소세인데, 문제는 중국이 경기가 다소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당장 수출 부진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중국 경제가 수출이나 투자가 아닌 소비재 중심으로 회복된다면, 중간재를 주로 공급하는 우리나라가 예전만큼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심각한 실적하락으로 향후 투자까지 잠정 중단한 SK하이닉스. 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부터 심각한 실적하락으로 향후 투자까지 잠정 중단한 SK하이닉스. 연합뉴스

반도체 산업 역시 언제쯤 반등의 시기가 올 지 불투명하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에 너무 치중해 AI 산업에 필요한 메모리+연산기능이 가능한 스마트칩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생산 다변화 전략으로 맞서고 있지만 매출 하락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역수지 1년 적자라는 위기에 대해 정부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지난달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확정한 범정부 수출확대 전략을 이행해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건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