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목욕탕 리모델링해 전시장으로 탈바꿈
지역과 공간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 담은 전시
주변 청년창업공간 ‘힙스틱로드’도 들러볼 만
도저히 미술관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닌데 미술관이 있어서 한 번 놀라고, '전시합니다' 대신 '목욕합니다' 간판이 반겨줘서 두 번 놀랐다.
의성 안계전통시장 내 작은 골목에 있는 안계미술관은 동네에 흔히 보던 공중목욕탕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사례다. 1981~2019년 40년의 역사를 지닌 '안성목욕탕'이 탈바꿈한 것이다.
리모델링했다고 하지만 외벽에 붙은 타일부터 내부 천장, 바닥 등이 거의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손때가 묻은 수납장과 문틀, 목욕탕 타일과 사우나 시설, 벽에 붙은 안내문까지 고스란히 간직해 어릴적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나게 한다.
1층 전시실에서는 3월 18일까지 이어지는 김지민 작가의 개인전 '길에 남은 사물들'이 열리고 있었다. 탈의실로 쓰였던 공간과 목욕탕으로 쓰였던 공간 모두가 전시장이다. 깔끔하게 흰색으로 칠해진 탈의실 공간을 지나 문 하나를 넘어서자 당황스러울 만큼 '쌩목욕탕'이 나타났다. 낡은 타일들 사이에 캔버스들이 무심한 듯 조화롭게 놓아져 있었다. 겨우 2, 3명이 들어갈 만한 좁은 사우나에 앉아 그림의 소재가 된 영상을 감상했다. 삐그덕거리는 목재 의자가 낯설지만 정겨웠다.
"김 작가는 의성 곳곳의 벽과 표지판, 천막 등을 채우는 다양한 채도와 선명도의 파란색이 신선하고 신기했던 느낌을 그림에 담았다고 해요. 이곳에서 전시하는 작가들 모두가 이 지역과 공간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선보입니다. 의성이나 안계미술관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전시들을 소개하는 게 저희 미술관만이 가진 특징이죠."
김현주 안계미술관 관장이 전시장을 소개했다. 그는 2021년 의성군에서 실시한 '예술가 일촌맺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농촌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안계목욕탕 건물을 알게된 것도 그 때다.
김 관장은 "폐업 후 의성군이 '예술의성프로젝트'의 하나로, 대구 작가들과 함께 한차례 전시를 열기도 했지만 건물 매입이 불발되며 빈 채로 방치돼있던 곳이었다"며 "의성에 전혀 연고가 없었지만 '청년 창업지원 사업'을 신청했고, 이곳을 임대 후 리모델링해 지난해 3월 미술관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넘게 미국에서 살다가 돌아오니, 우리나라는 옛 것을 너무 쉽게 허물고 새 건물들을 짓기 바쁜 모습이었다. 깔끔해보이고 편할지 모르지만 너무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옛 추억을 많이 담고 있는 이 공간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공간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고 했다.
안계미술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마을학교와 경로당 등에 찾아가 미술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주민들과 함께 재미있는 일들을 꾸며나가는 한편, 규모가 크고 좋은 퀄리티의 전시도 열어나가고 싶다는 게 김 관장의 꿈이다.
안계미술관 주변에는 ▷수제맥주공방 '호피홀리데이' ▷블렌딩 티(tea) 카페 '퍼즈유어셀프' ▷수제 바베큐립을 판매하는 '홍스바베큐' 등 청년창업체 공간이 곳곳에 있어 들러볼 만하다. 이들을 아예 '힙스틱로드' 코스로 구성해놔서 방문하는 곳마다 스탬프를 찍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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