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문화유산과 동물화장장 충돌

입력 2023-05-26 14:09:21 수정 2023-05-28 19:38:03

곽병진 컨설팅학 박사·전 영진전문대 겸임교수

곽병진 컨설팅학 박사·전 영진전문대 겸임교수
곽병진 컨설팅학 박사·전 영진전문대 겸임교수

2019년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대구 달성군의 도동서원이 전국 다른 서원들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에 발맞춰 달성군은 발 빠르게 대응,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공모 사업에 응모해 달성군만의 특성을 차별화했다. 올 초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받아 국비 포함 200억 원 규모 재정을 확보해 이 사업을 추진한다고 달성군은 밝혔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격인가? 정신문화적으로 값진 국책사업 추진 목전에 이와 상호 상충적인 계획의 보도가 나와 많은 지역민들의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세계문화유산 도동서원과 홍의장군 석문산성 등 역사문화재가 산재한 달성 남부지역 대니산 능선인 현풍읍 일원에 달성 반려동물 테마파크 건립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였다.

대구 서구의 동물화장장 건축 인허가로 인해 6년간의 법정다툼이 있었다. 하지만 끝내 주민 반대 등으로 불허가 처분이 내려졌다. 이런 상황이라 달성군 주민들은 테마파크라는 이름을 내건 동물화장장 불똥의 향방에 심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집단 민원의 공통점은 미관·환경 파괴에다 악취, 분진, 소음공해 등으로 인근 주민의 위생·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특히 혐오시설이어서 지역 이미지를 추락시킨다는 것도 지역민들의 결사적인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대니산 부근 8곳 마을 주민들은 대구 서구에서 일어난 일을 잘 알고 있는지라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반려동물 테마파크라는 사업 명칭, 그리고 수익성 환원이란 말에도 신뢰를 보내지 못한다.

사업 명칭을 확정 짓기 전에 주민설명회 등을 통한 여론 수렴과 폭넓은 소통 공감화 과정 선행이 집단 민원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특히 이 사업의 구상은 다른 지역의 일반적 집단 민원성 사업과는 달리 간과되어서는 안 될 필수적, 심층적 고려 사항이 많다.

세계문화유산 도동서원 소재지는 구지면이고 동물화장장 대상지는 현풍읍 일원이지만 길이 200m 터널만 통과하면 바로 도동서원이다. 더욱이 이 지역은 14년 전 도동서원과 홍의장군 석문산성을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저수지와 감골체험교육농장을 농촌관광자원 아이템으로 만든 곳이다.

이 과정에서 대니골 권역 농촌 마을 종합개발사업이 농식품부 사업으로 이뤄졌다. 이 동네 주민들과 향우회원들까지 똘똘 뭉쳐 3번의 도전 끝에 성공시킨 사업다. 이 사업의 핵심 콘텐츠는 도농 교류·도농 상생 프로그램이다. 대니산 역사문화 자원을 주축으로 대니산 역사문화 관광을 활성화, 낙동강의 레저스포츠와 청정 저수지, 체험교육농장과의 조화로 상호 연계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도시인과 농촌 지역민과의 상호 교류, 소통 공감 힐링의 장을 목표로 했다.

대니산이란 뜻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봐야 한다. 성현을 머리에 인다는 뜻으로 홍의장군 석문산성 산하에 도동서원과 오설리 한 마을에 3개 서당을 포함해 20여 개의 서당이 있다. 성현을 닮은 지역민들의 깊은 뜻을 새겨 봐야 한다. 민원, 시위의 강도에 따라 정책 결정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4개 자치단체가 군부대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동물화장장이 필요하다면 그런 곳도 쉽게 대안이 될 수 있다.

국가나 기관 단체 경영평가의 잣대는 의사결정 절차가 중요 체크 포인트다. 역사문화적 가치는 선진국 척도에도 비중이 크다.

도동서원을 비롯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역사적, 정신적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 보다 고차원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의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 대구 유일의 법정문화도시인 달성군과 대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동물화장장 사업은 반드시 제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