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위의 ‘로톡 금지’ 변협 제재가 시사하는 것

2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속 변호사들에게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이용을 금지한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억 원을 부과했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국민 편익을 위한 혁신 서비스가 다시는 특정한 집단의 직역 단체 이기주의로 인해 좌초되는 '제2의 타다' 사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며 환영 입장을 내놨다. 변협은 불복 소송과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변협은 2021년 5월 변호사 광고 규정 등을 고쳐, 소속 변호사들이 로톡 등 법률 플랫폼에 단순 가입한 사실만으로도 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같은 해 8월부터 10월까지 로톡에 가입한 1천440명의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4차례에 걸쳐 소명서 및 로톡 탈퇴(확인)서 제출을 요청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변협이 변호사 9명에 대해 견책에서 과태료 300만 원에 이르는 징계를 의결했다.

공정위는 변협의 이런 행위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경쟁 관계에 있는 변호사들이 소비자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광고를 제한하는 행위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방해한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정보 비대칭성이 높은 법률 시장에서 플랫폼이 소비자의 접근성·선택권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의 변협에 대한 제재는 회원에게 특정 플랫폼 이용 금지와 탈퇴를 요구하는 직역(사업자) 단체의 행위에 제동을 건 첫 사례이다. 플랫폼 업계에선 공정위가 직역 단체의 방해 행위를 제재하고 플랫폼의 손을 들어 준 만큼, 관련 산업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공정위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기존 사업자 단체의 신규 플랫폼 진입·사업 활동 방해 행위'를 중점 감시 대상으로 꼽았다.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 국회 통과는 관련 업계에 충격을 줬다. 로톡도 변협의 로톡 가입자 징계 이후 회원들의 이탈로 직원을 줄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쩜삼'(세무), '강남언니'(성형) 등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직역 단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는 혁신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플랫폼 기업과 직역 단체 간의 충돌을 오랫동안 방치했다. 이번 공정위 결정이 플랫폼 기업 등 혁신산업의 숨통을 터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