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 사는 마음: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입력 2023-02-23 11:30:23 수정 2023-02-25 08:30:04

이다희 지음/ 한겨레 출판 펴냄

이다희 지음/한겨레 출판 펴냄
이다희 지음/한겨레 출판 펴냄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책 겉표지에 적힌 문구부터 재밌다. 내가 돌보는 반려견, 반려식물은 들어봤지만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이라니. 역발상이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타인의 기원>을 옮긴 이다희 번역가의 첫 에세이 집이다. 반려 물건에는 저자의 삶의 깨달음과 반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누구나 한 번쯤 갖고 싶은 물건을 두고 마음속으로 사야 할 이유와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저울질해 본다. 저울의 양쪽에는 다양한 고민과 자기 합리화가 올라간다. 이 물건은 내게 얼마나 필요한지,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가격은 얼마고 통장 잔고는 괜찮은지, 소유욕과 과시욕 중 어느 쪽이 앞서는지…. 우리 모두가 지금까지도 어떤 구매를 앞두고 갈등하는 그 고뇌를 저자도 숱하게 겪으면서 한걸음 더 파고들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이상 지겹지만 멈출 수 없고 갈수록 더 복잡해지는 이 저울질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환경과 창작물의 가치 보호에 대한 책임감,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느끼는 사회적 압박 등 저울 위에 올라가는 것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복잡한 소비가 나쁘진 않다. 저자는 소비는 자신의 욕망과 마주하는 일이자 자신을 더 잘 알아 가는 일이라며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즉 무언가를 사는(buy) 행위는 자신이 삶의 중심이 돼 사는(live) 행위라는 것이다. 이리 기울었다 저리 기울었다 반복하는 저울질이 나를 보여준다. 더 깊게는 내가 세상과 공동체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세상에서 나라는 사람은 소비를 통해 소유를 통해 소비와 소유에 대한 사유를 통해 정의된다.

그래서 이 작가는 기왕이면 즐거운 소비를 하자고 제안한다. 그래야 삶도, 일상도 즐거워진다. 반대로 즐겁지 않은 소비는 경계하고 삼가야 한다.

우리 모두가 쉽게 겪는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슬쩍슬쩍 웃음도 난다. 264쪽, 1만3천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