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 자원 바탕 세계 시장 정조준…가속기硏 연간 1만8천개 과제 수행, 산업과학硏 소재기술 개발 주춧돌
경북 10개大·12개 대학원 발판…생산·전문 연구 인력 '투트랙 전략'
과거 '철강신화'를 써내려 가며 대한민국 근대사를 이끌었던 경북 포항이 선진화 시대를 맞아 '이차전지'라는 새로운 신화를 준비 중이다.
철강으로 쌓아올린 기술력을 반석 삼아 국내 최고의 인력과 R&D, 항만, 물류 등 위협적인 무기를 가득 쥐고서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철강도시 위기→이차전지 새바람'
동해안의 여느 작은 어촌마을에 불과했던 포항은 1970년대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들어선 이후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이자 세계적인 철강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나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과 코로나19, 국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지역 경제 위축까지 삼중고를 겪으며 최근 몇 년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반전과 도약을 위해 포항은 철강 중심의 지역산업 생태계를 다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경제발전과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특히,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산‧학‧연 자원을 바탕으로 '제2의 반도체'라 불리는 이차전지 산업의 최강 생태계를 구축하며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 선도도시로 굳건한 자리를 차지했다.
◆글로벌 인프라로 준비된 도시
국내외 이차전지 선도기업들이 서둘러 포항을 찾은 이유는 단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이차전지 산업을 선도하기에 최적지였던 까닭이다.
포스텍(옛 포항공대)을 중심으로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한 포항가속기연구소,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POMIA) 등 이차전지 특화 연구기관이 이만큼 모여있는 도시는 쉽게 찾기 힘들다.
1986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연구중심대학 포스텍은 과학기술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며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비수도권 지역 대학이자 연구기관으로 포항시의 중요한 자산으로 꼽힌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지난 1994년 국내 첫 방사광가속기를 가동한 이래 2015년 4세대 방사광가속기까지 구축하며 기초과학 연구에서부터 이차전지 등 신산업의 고도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연간 1만8천여개 과제를 수행하며 방사광 이용연구 지원의 메카로 이차전지 시장의 기술경쟁을 선도하는 상황이다.


1987년 설치된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은 철강을 비롯한 각종 소재, 환경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연구기관이다. 국가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포스코가 전액 출연한 실용화 기술 전문연구기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철강, 리튬, 니켈 등 원천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산업의 주축이 되는 소재기술을 개발 중이다. 국내 최대 규모 파일럿 실험동에서는 이차전지 소재, 소재 가공, 원료추출, 제조 및 조립 테스트 등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연구 특화 파일럿 플랜트 운영과 상용화를 위한 스케일업(Scale-up)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04년 8월 설치된 나노융합기술원은 나노소재, 재료 분야 연구개발과 사업 지원 인프라 구축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노는 미래 산업의 신기술 창출과 혁신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기술로서 이차전지 등 미래전략 산업의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발판이다.
포항테크노파크와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도 4차산업 기술기반조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포항테크노파크는 지역 산업 기술혁신 촉진, 기술 집약형 기업 육성 등을 통해 산업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며,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은 지역 이차전지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이 전문화를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글로벌 인재 양성과 산업성장의 선순환
포항이 이차전지 산업의 최적지로 주목받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매년 5천명 이상의 전문인력이 양성되면서 기업체가 필요한 인력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경북지역에는 10개 대학·12개 대학원이 이차전지 산업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석‧박사 인력만 해도 27%에 달한다.
포항시는 현장 생산인력 양성과 전문 연구인력 양성이란 투트랙 전략으로 지역대학부터 마이스터고까지 이어지는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에 최적화된 맞춤형 인력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텍 철강대학원은 에너지소재 분야를 더한 철강‧에너지소재대학원으로 확대 개편돼 지난 2021년부터 이차전지 주력 소재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 중이다.
포스텍 이차전지 연구센터는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을 위한 소재 특성화 및 시스템 최적화 연구를 통해 세계 수준의 연구 역량 및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부터 시스템까지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 차세대 이차전지 연구 및 교육 허브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포항폴리텍대는 이차전지 생산‧공정인력 양성을 위한 이차전지융합과를, 포항대는 신소재배터리과를 각각 지난해 신설하고 에코프로, 포스코케미칼 등 기업들과 산학협력을 통해 전문인력 양성을 본격 추진하고 잇다.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와 흥해공업고등학교 역시 기업체와 산학협력을 맺고 교육과정에 이차전지 과목을 추가하면서 재학생들의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체계적인 직무 교육을 통해 산업수요 맞춤형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인다.

◆'7조원+α' 이차전지 신규‧증설 잇따라
포항시는 2019년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됨과 동시에 대규모의 기업투자유치와 함께 1천억원 규모의 후속 연계 국책사업을 유치하는 등 전국 29개 특구 중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며 이차전지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2021년 준공한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포항 블루밸리국가산단 내)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의 거점으로 기술 개발과 제도 개선을 선도 중이다. 아울러 산업부의 고안전·보급형(LFP) 상용화 지원사업을 비롯해 환경부의 사용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와 인라인 자동평가센터 등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구축해 R&D 실증 인프라를 폭넓게 확보하는 등 이차전지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착실히 다져나갈 예정이다.

무엇보다 에코프로그룹의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음극재 생산공장, 에너지머티리얼즈(GS건설)의 리사이클링 공장 등 이차전지 선도기업의 연구개발 기지와 대규모 생산시설이 갖춰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덧붙여 해동엔지니어링, 피엠그로우 등 30개 이상의 이차전지 중소기업과 관련 기업이 입주해 원료부터 양‧음극재 생산,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까지 전주기적 밸류체인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기업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에코프로 3조2천억원 ▷포스코케미칼 6천억원 ▷에너지머티리얼즈(GS건설) 1천억원 ▷전구체 세계 1위 CNGR 1조원 등 총 4조원 규모의 투자가 유치됐다. 앞으로도 입주기업들의 추가 증설과 신규 기업과의 투자 등 3조원 이상 추가 투자 계획도 활발히 협의되고 있다.
포항은 이러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이차전지 중심도시로 도약한다는 포부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2016년 투자유치를 시작으로 포항은 불과 7년 만에 이차전지 글로벌 탑티어로 성장할 모든 역량을 갖추었다"며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발판으로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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