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관광수단 미디어아트가 뜬다… 올해 대구 미디어아트 공모 예정에 열 올리는 기초단체들

입력 2023-02-10 11:46:09 수정 2023-02-13 07:47:25

지난해 수성못과 앞산 빨래터공원에 미디어아트·파사드 설치
서울 신세계 백화점 본점 등 타시도 미디어아트 관광객에 인기
올해도 미디어아트 공모 예정, 8개 구·군 공모 선정 두고 큰 관심

대구 수성못 관광안내소에 최근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대구 상징 수달이 헤엄치는 모습을 표현한 미디어아트 영상이 소개돼 눈길을 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수성못 관광안내소에 최근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대구 상징 수달이 헤엄치는 모습을 표현한 미디어아트 영상이 소개돼 눈길을 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최근 들어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가 있다.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백화점 벽면에 나오는 크리스마스 영상 미디어 파사드 앞에서 찍은 인증 사진들이 줄을 잇는다. SNS 열풍을 타고 이곳은 어느덧 명소가 됐다. 어디에 서면 영상을 잘 볼 수 있는 명당 자리도 입소문을 탄다.

미디어 파사드 명성은 해외 관광객에게까지 번졌다. 지난해 한국에 방문한 필리핀 방문객 17명은 신세계 면세점 쇼핑 후 미디어 파사드를 관람하길 강력히 요청했다고 전해졌다. 중앙우체국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이들은 명동거리로 이동해 구경을 즐겼다.

야간 경관을 제공하는 미디어아트와 미디어 파사드가 최신 관광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에서도 지난해부터 본격 미디어 아트‧파사드 사업이 진행되면서 각 구‧군도 야간 관광 명소화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수성못 미디어아트, 앞산 빨래터공원 미디어파사드 인기

"서울 코엑스 광장에서나 보던걸, 대구에서 봐서 좋아요"

지난 7일 저녁 8시쯤 찾은 대구 수성못 관광안내소 벽면. 대구의 상징인 수달이 관광안내소에 설치된 영상 화면에서 입체감 가득하게 벽을 뚫고 튀어나오자 이를 구경하던 일부 시민들은 "우와"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곧이어 영상 배경은 수달이 사는 생태계 서식지로 바뀌었고 수달 한 마리가 물속에서 튀어나와 양 볼을 누르며 찡긋하고 인사를 해보였다.

지난해 대구시는 ICT 융복합 야간관광 명소화 사업으로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수성못 관광안내소 '모티(MOTII)' 상부 벽면에 미디어아트 전광을 조성했다. 기존에 서울 등 수도권에서만 볼 수 있었던 미디어아트 전광판이 드디어 대구에도 들어온 셈이다.

전광판에는 대구의 상징인 수달의 귀엽고 활기찬 모습과 빛과 공간을 활용한 현대적 아트 영상이 착시현상 기법인 '아나몰픽'으로 구현된다. 또 대구의 관광 자원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주요 관광지를 배경으로 한 미디어아트 영상도 더해진다.

남구 앞산빨래터 공원에도 미디어파사드 체험존이 들어섰다. 공원 내 벽천분수 정면부를 활용한 높이 9m, 폭 23m의 초대형 미디어파사드다. 미디어쇼를 통해 대구의 앞산에 서식하는 동물을 활용해 만들어진 캐릭터가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모습이 송출될 예정이다. 앞산 빨래터 공원 미디어파사드 체험존은 아직 시범 운영 중이며 오는 3월에 정식 오픈된다.

구암서원 야경. 매일신문DB
구암서원 야경. 매일신문DB

◆야간 관광 볼거리 약했던 대구, 실마리 찾을까

미디어아트·파사드는 전국적으로 새로운 관광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에 이어 부산과 광주 등도 미디어아트·파사드 사업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부산시는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 1호 근대 도심공원인 용두산공원을 올해까지 첨단 미디어아트 공원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용두산 공원은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을 활용한 가상현실 등이 구현된 곳으로 탈바꿈된다. 여기에 미디어 아트 전시관과 증강현실 플랫돔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광주시 역시 광주 남구청사 정문에 '미디월'을 설치해 오는 15일 오픈하기로 했다. 가로 42m, 세로 9m 크기의 미디어월은 3월 말까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40분씩 영상을 송출한다. 백운 호랑이 등을 포함한 실감나는 콘텐츠와 남구 구정에 관한 뉴스, 가족 영상편지 등이 미디어월을 채울 예정이다.

대구시의 경우 그동안 관광수단으로의 미디어아트·파사드 구축이 약했다. 지난 2021년 대구 강정보에 설치된 건축물 '디아크' 외벽에 쏜 미디어파사드 등 대구시의 각 기초단체가 실시한 이벤트성의 미디어아트·파사드가 구현된 게 전부였다.

대구시가 문화체육관광부의 3대문화권(신라, 가야, 유교) 관광진흥사업에 선정되면서 지난 2019년에 북구 구암서원에 미디어파사드 설치가 시작되고, 지난해부터 동성로 스파크랜드 외벽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미디어아트 쇼가 본격적으로 송출되면서 이제 막 미디어아트·파사드 구축 출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역 문화계 한 관계자는 "대구 83타워 등도 야간 명소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서울 신세계 백화점 본점처럼 많은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요소가 부족했다. 미디어아트·파사드는 전시관, 미술관 등에서도 활용하는 등 몇 년 전부터 일찌감치 사용돼 왔다"며 "미디어 예술품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SNS에 올리는 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가 서서히 풀리고 관광 움직임이 다시 시작되는만큼 이들을 끌어 모을 구현 잘 된 미디어조형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 남구 앞산 빨래터공원에 설치되는 미디어파사드. 대구시 제공.
대구 남구 앞산 빨래터공원에 설치되는 미디어파사드. 대구시 제공.

◆올해도 계획된 미디어아트 공모, 8개 구·군 뜨거운 관심

대구시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올해 한 차례 더 야간관광 명소화 사업 공모를 예정 중이다.

10일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관광본부에 따르면 올해 약 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미디어아트와 파사드 공모 사업을 구상 중이다. 현재 문화예술진흥원은 공모 주제 등 가이드라인을 구상하는 중으로 빠르면 3월에 공모를 시작하게 된다.

이로 지난해 사업에는 수성못과 빨래터공원이 선정되면서 미디어아트·파사드 구축을 하지 못한 나머지 구·군들은 공모 사업에 재도전하기 위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작년 공모 당시 중구의 경상감영공원을 이용한 미디어아트, 서구의 오미가미거리, 이현공원 미디어아트, 달서구의 월광수변공원 미디어파사드 등이 제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의 한 구청 관계자는 "지역에 미디어아트 등의 시설이 없어 지난해 공모 탈락이 아쉬웠다. 야간관광이 떠오르는 만큼 구축이 꼭 필요하다. 야간에 볼 수 있는 관광명소가 생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올해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고 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관계자는 "지난해 공모 당시 경쟁이 치열했다. 8개 구·군 모두 미디어파사드, 홀로그램, 실내 건물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구축, LED 활용 등 다양한 분야의 미디어예술 사업을 접수했다"며 "올해도 공모 주제가 정해지면 각 구·군에서 좋은 아이템을 제안해 줄 것"이라고 했다.

기존 구축된 수성못의 미디어아트 등도 다양한 영상 기술 시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코엑스 아티움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아트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 홍보 영상 등 다양한 영상들이 송출되면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면서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서울 코엑스의 경우 영화, 뮤지컬 홍보수단뿐만 아니라 패션 제품들의 광고, 신전과 조각상 등 다양한 영상들이 계속 나오며 하나의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대구 수성못 미디어아트도 수달과 대구 관광 자원 소개를 넘어서 민간 영상 제작 업체 등과 협업해 다양한 영상을 구현해야 시민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