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유가읍의 한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넣어 분노마저 안겨주고 있다. 908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가 입주 3년 만에 재무구조가 허약하기 그지없는 A회사에 통째로 매각됐고, A사가 결국 부도나자 주민들의 전세보증금 822억 원이 날아갈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이 아파트 임차인 263명은 분양전환을 미끼로 내건 A사 관계자들에게 속아 분양대금 피해액까지 73억 원이 발생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A사는 이 아파트를 5천만 원이라는 믿기 어려운 가격으로 삼켰다. 매입 과정에서 주택도시기금이 지원돼 A사는 큰 신규 자금 투입 없이 쉬운 손 넘김을 할 수 있었다. A사는 이 아파트를 2018년 6월 손에 넣었는데 A사의 자본금은 고작 5억 원(2019년 기준)이었다. A사는 사들인 지 2년도 안 된 2020년 4월부터 계약이 끝난 입주민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고, 회사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23일 결국 부도가 났다.
'공공'이라는 이름이 붙은 아파트가 거액의 정부 기금까지 투입된 상황에서 부실한 회사에 넘어가면 입주민 피해가 불 보듯 뻔했지만 달성군은 손 넘김 과정에 개입할 수 없었다. 2020년 12월 이후에는 공공임대주택 매각이 지자체의 검토를 거쳐야 가능하도록 규정이 바뀌었지만, 그 이전에는 지자체가 개입하기 어려운 신고 사항이었던 탓이다.
이 아파트와 유사한 피해 사례가 수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발생했다고 한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관련 제도를 바꾼 2020년 하반기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건만 피해 확산을 막지 못했다. 동네 사정에 밝은 지방정부를 까막눈으로 만들어 놓고 중앙정부의 리모컨 행정에만 기대게 만든 후진성이 가져온 참극이라 볼 수밖에 없다. 바뀔 기미가 있긴 해도 선진국 중 우리만큼 부동산 관련 세제에다 수요·공급 정책까지 중앙정부에 권한이 쏠려 있는 나라는 없다. 중앙정부는 능력이 없으면 권한을 넘겨야 한다. 언제까지 피눈물을 쏟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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