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2월은 봄이 오죽 간절했으면 겨울을 견디며 날수까지 줄였을까?
오랜 코로나와 회색 경기에 지친 삶들은 남녘 봄기운의 위로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맹꽁이와 희귀식물 모감주나무, 쥐방울덩굴을 비롯해 약 230여 종의 다양한 생물종을 품고 있는 달성습지도 곧 들이닥칠 봄 준비로 분주하리라. 낙동강, 금호강, 진천천과 대명천이 합류하며 빚는 천혜의 500만㎡ 유역은 200만㎡ 달성습지에 17만여㎡ 습지보호지역(및 야생생물 보호구역)을 품고 달서구, 달성군, 고령군을 가르는 경계를 숨기며 겸손히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세계 습지의 날'(2월 2일)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탄소중립이 절박한 이 시기에 습지의 가치 인식과 보존의 중요성, 생물종 다양성 확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1990년까지만 해도 달성습지는 세계적인 두루미 월동지로 다양한 야생 동식물 서식 공간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에 따른 산업단지 조성과 낙동강 유역 담수화 공사로 모래톱이 사라지며 철새와 야생동물 서식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달서구는 관련 기관과 '철새 보호 업무협약'을 맺으며 철새 모래톱 조성, 먹이 주기 등으로 야생동물 서식 환경을 개선해 왔다. 그 결과 지난 2년간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고니 등 희귀 철새가 달성습지를 찾기도 했지만 흑두루미 방문 또한 간절하다.
달성습지는 생태계 보고이자 대구 도심의 허파로서 시민들 가슴에 안기고 싶어 한다. 봄이면 왕버들 군락 속에 두꺼비가 알을 낳고, 여름에는 기생초가 모여 노란 꽃길을 만든다. 가을에는 억새와 갈대가 습지를 가득 메우고 겨울에는 다양한 천연기념물 철새들이 모여들며 다채로운 모습을 연출한다. 10년 전 여름날 처음 습지에 들어섰을 때 아프리카 일부 같다는 놀라운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동안 대구시는 대명유수지 탐방 데크, 달성습지 생태학습관과 탐방나루 조성사업으로 시민들의 생태적 접근성을 높여 왔지만 개방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앞으로 대구시는 낙동강 대표 건축물 디아크와 달성습지를 연결하는 관광 보행교를 만들고, 나아가 순천만, 울산 태화강 같은 국가정원으로 지정받기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근거리 친근한 곳을 방문하여 미처 몰랐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일상에 스며든 관광'이 여행 트렌드가 되고 있다. 드론이 촉발한 입체적 눈맛에 응해야 하는 이 시대에 대명유수지, 달성습지, 낙동강 물줄기, 고령 들판이 하늘과 함께 펼치는 사계절 수채화는 영감 그 자체다. 특히 석양의 뷰는 국내 어디와도 비교를 거부할 것이다.
더군다나 대구시 신청사가 두류공원에 안기며 대구 서부권 시대가 준비되는 이때, 달성습지는 물론 유유히 굽이치는 낙동강 물줄기, 멀리서 목을 기웃거리는 고령 들판까지 조망할 수 있는 전망권을 대구 시민들 가슴에 안겨 주어야 할 때가 됐다. 대자연이 펼치는 웅장한 그림을 입체감으로 감상하는 자연 친화적인 전망대를 건립해 대구 서부권 시대에 응하는 새로운 관광 명소로 만드는 것이 이 시대 우리가 진정 해야 할 일이다.
달서IC와 곧 착공될 대구산업선 성서공단역에 인접한 강나루공원쯤에 전망대를 건립하고 그 지하에서 대구 4차순환선을 지하로 관통하여 디아크로 통하는 관광보행교와 연계시키면 새로운 관광 명소가 탄생된다. 이는 힐링 명소를 넘어 시민들의 가슴에 자부심이 되고 대구 도시 경쟁력을 높여 줄 것이다. 볼거리가 빈약한 내륙도시에 시민들은 여름날의 생수 같은 소식을 갈급하고 있다. 달성습지에 흑두루미를 갈급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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