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박항서 매직'…5년간 동남아 최정상급 팀 키우고 작별

입력 2023-01-17 15:53:51 수정 2023-01-17 18: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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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태국에 0대 1로 지면서 미쓰비시컵 준우승
5년 동안 베트남을 동남아 최정상급 팀으로 키웠다는 평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은 지난 16일 막을 내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과 함께 베트남 대표팀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마지막 대회에서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박 감독은 5년여 간의 동행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박 감독이 베트남과 인연을 맺은 건 2017년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신화'에 힘을 보탠 그는 이후 올림픽 대표팀과 K리그 경남FC,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 등 사령탑을 지냈다.

2017년에는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을 지휘했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그는 그해 10월 부임한 베트남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했다.

당시 박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권이던 베트남을 100위권으로 끌어 올리고 아시아 정상급 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변화는 예상보다 빨랐다.

박 감독의 첫 대회인 2018년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4강에 진입한 데 이어 결승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결승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연장 접전 끝에 1대 2로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으나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 사상 AFC 주관 대회 첫 준우승이자 최고 성적을 이끌어 '신드롬'에 불을 붙였다.

마찬가지로 U-23 팀이 출전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박 감독 지휘로 베트남은 4위에 오르며 또 하나의 신화를 썼다.

이후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현 미쓰비시컵) 우승으로 박 감독의 2018년은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 대회에서 베트남은 3승 1무 무실점으로 준결승에 진출했고, 토너먼트에서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를 연파하며 10년 만에 우승까지 달성했다.

놀라운 선전이 이어지자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 영웅' 반열에 올랐고, 그해 연말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올해 최고의 인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 이어 2위에 오를 정도로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도 박 감독은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2차 예선을 G조 2위로 마친 베트남은 각 조 2위 중 상위 5팀 안에 들어 사상 첫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2021년부터 진행된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B조 최하위에 머물며 본선행은 좌절됐으나 지난해 2월 중국을 3대 1로 격파하고 최종예선 첫 승이자 중국 상대 A매치 첫 승을 거뒀다.

이어 베트남은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선 아시아의 강호 일본과 1대 1로 비기기도 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과의 동행이 끝나는 이번 미쓰비시컵에서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려 했으나 최다 우승국인 태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마지막 결승전에서 베트남은 태국에 0대 1로 졌다.

비록 마지막 대회에서 활짝 웃지는 못했지만, 박 감독은 동남아에서도 중위권이던 베트남에 강한 체력과 스피드, 탄탄한 조직력을 입히며 지역 최정상급 팀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