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 수사부서 기피현상 심화…베테랑들조차 "전출 원해"
경제팀, 사이버수사팀 업무량 폭증, 평균 사건처리일도 증가추세
일 힘든데 인센티브는 부족, 대구청 지난해 비수사부서로 전출비율 10% 넘겨
"'검수완박'인 줄 알았는데 '경수독박'이다." 요즘 경찰들 사이에서 나오는 푸념이다.
검찰-경찰 간 수사권 조정, 경제 및 사이버 범죄 증가 등 경찰의 수사부담 급증에도 지원이나 보상은 미흡해 수사부서 기피현상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수사역량 저하로 인한 시민 피해를 막으려면 상대적으로 인력 충원 및 인센티브 강화 등 후속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설 연휴를 전후해 인사를 앞두고 있는 일선 경찰서에서는 올해도 수사부서 인사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형사과, 수사과, 여성청소년수사팀 등 수사관련 보직자들이 '탈출'을 노리는 반면, 이들 자리를 채워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서다.
대구시내 한 경찰서 경무과 관계자는 "경제팀이나 사이버수사팀 같은 부서는 수년 새 업무량이 폭증해 모두가 기피한다"며 "도저히 제대로 된 인사를 할 수가 없어서 서장 직권으로 아무도 전출을 못가게 '인사동결' 조치를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수사부서 기피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먼저 '수사경과'를 취득한 경찰관이 감소세다. 수사경과는 매년 진행하는 시험을 통과해 수사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는 자격이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수사경과를 보유한 경찰관 수는 2020년 1천657명이었으나 지난해 1천515명으로 8.6% 줄었다. 대구청 및 예하경찰서 수사부서 근무자의 비수사부서 전출 비율 역시 2021년 9.0%에서 지난해 12.9%로 1년 새 3.9%p 급증했다.
늘어난 사건처리 일수는 과부하가 걸린 수사관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까지 48.7일이던 사건 평균 처리일은 지난해 1~9월 기준 58.2일로 열흘 가까이 길어졌다. 처리 지연에 따른 사건관계자들의 불편은 물론, 격무에 허덕이는 수사관들이 책임수사를 구현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업무에 능통한 베테랑과, 한참 역량을 쌓아야 할 신참급 모두 전출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수사 노하우가 제대로 전수되거나 쌓일 수 있겠냐는 우려도 크다.
수사부서 기피 현상의 원인인 업무량 증가에는 경제 및 사이버 범죄 증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수년 동안 경제, 사이버분야 범죄가 급증했다. 또 과거에는 송치 이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부패와 경제범죄에 국한돼 있어 송치 이후에도 보완수사 업무부담이 커졌다"며 "민사로 해결해야 할 사인 간 갈등을 어떻게든 형사 사건으로 처리하려는 '고소남발' 경향 역시 심하다"고 토로했다.
처우개선 작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기동대 인력 조정을 통한 수사인력 확충 방안은 아직 내부 결론이 나지 않았고, 경찰이 지난해 추진했던 고소·고발사건 처리 건당 2만원 수당 지급 방안 역시 최근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수사부서 기피나 이탈 현상을 인지하고 있고 최근에는 특진 기회를 늘리거나 처우 개선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며 "대구청의 경우 2021년에 13명, 지난해 26명 등 수사인력 보강에도 신경을 쓰고 있고 사건처리 일수도 다소 줄었다. 떠나는 부서가 아닌 돌아오는 수사부서를 만들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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