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화면서 살아난 불과 물의 기적…우리가 몰랐던 용천동굴

입력 2023-01-14 19:08:48

한라산 오르고 공룡이랑 사진 찍고…AR 활용한 대전 천연기념물센터 볼거리 풍성
외국인도 찾는 명소…"자연유산은 우리의 정체성…가능성 무궁무진"

지난 2일 대전 서구에 위치한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의 제주 용천동굴 실감 콘텐츠 영상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일 대전 서구에 위치한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의 제주 용천동굴 실감 콘텐츠 영상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일 대전 서구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에서 체험한 제주 용천동굴 실감 콘텐츠 영상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일 대전 서구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에서 체험한 제주 용천동굴 실감 콘텐츠 영상 모습. 연합뉴스

'3, 2, 1' 눈앞의 숫자가 줄어들자 지면 아래에서 뜨겁게 끓어오르는 듯한 화산 용암이 나타났다.

마치 타들어 갈 듯 붉은빛을 내뿜던 용암은 땅 아래로 흘려들었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지하 동굴. 갈색 벽면에 곳곳에 흰 줄이 새겨진 그곳에는 석순, 종유석, 동굴 진주 등 석회암 동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석회질 생성물이 여럿 보였다.

동굴의 매력은 푸른 빛의 호수를 만나 더욱 돋보였다. 반짝이는 물 아래에는 동물의 뼈, 제사용으로 쓰인 듯한 도기 등이 있었다. 70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 탐라국의 흔적이다.

총 3분 30초 동안 만난 제주 용천동굴은 일반 관람객에게 '닫힌' 공간이 아니었다.

기자가 지난 2일 오후 찾은 대전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은 자연유산이 생생히 살아있는 놀이터 같았다.

국내 유일의 자연유산 전문 전시관인 이곳은 최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이 더해진 실감형 콘텐츠 영상을 곳곳에 배치하며 새 단장을 마쳤다.

새로 만든 6종의 콘텐츠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제주 용천동굴 관련 내용이다.

관람객들은 별도 공간에서 정면과 위, 아래, 왼쪽, 오른쪽 총 5개 화면에서 동굴을 탐험할 수 있다. '불과 물이 만든 기적'을 표현하고자 프로젝터도 10대 투입됐다.

전시를 담당한 민홍기 국립문화재연구원 주무관은 "오랜 세월 석회질이 침체해 나온 동굴의 모습을 생생히 구현했다"며 "동굴 생성부터 호수 구간, 그리고 수면 아래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던 공개 제한지역을 생생히 살려내는 작업은 6개월이나 걸릴 정도로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콘텐츠를 작업한 김은화 포스트미디어 디지털뮤지엄랩 부장은 "기존에 좌우, 정면 등 총 3개 화면에 실감형 콘텐츠를 투사하는 경우는 많지만 5개 화면으로 구현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원 자연문화재연구실장은 "200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앞두고 국외 전문가 현장 실사를 위한 평가 과정에서 용천동굴에 직접 들어갔었는데 이렇게 눈앞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용천동굴 체험실 옆 공간의 360도 전면 영상도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천연보호구역 중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두 곳을 촬영한 영상은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가파른 길을 오르지 않고도 성산일출봉 정상의 너른 분화구를 감상할 수 있었다.

센터 관계자들은 전시 구역 한가운데가 '명당'이라며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바닥 면까지 보여주는 게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