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에 '엘베 사용료' 1만원 받으려던 아파트…주민 "누구 맘대로?"

입력 2023-01-14 15:12:26

주민 반대에 무산

세종시 전경.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자료사진 매일신문DB
세종시 전경.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자료사진 매일신문DB

세종시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택배기사에게 승강기 사용료 월 1만원을 받으려다 주민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세종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다음 달부터 택배기사에게 공동현관 카드키를 발급받아 출입하라"며 "카드키 보증금 10만원과 승강기 사용료 월 1만원을 부과하겠다"고 안내했다.

'승강기 사용이 빈번한 비입주민에게 사용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해당 아파트 관리규약을 근거로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용시설물 이용료 부과 여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 관계자는 "택배기사님들도 힘든 것은 잘 알지만, 기사님이 모든 층을 다 누르면서 배달하기 때문에 승강기 이용이 불편하다는 일부 민원 제기가 있었다"면서 "세종시 다른 아파트단지에서도 이용료를 부과하는 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주민들의 항의에 직면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승강기 사용료 부과 방침'에 대해 잇따라 민원을 제기했다.

한 주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민 의견도 묻지 않고 결정된 사안"이라면서 "우리 편의를 위해 택배 서비스를 받는 건데 승강기 사용료를 기사님들한테 부과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택배기사의 카드키 발급 출입은 흔히 있는 사례지만, 카드키 보증금이 10만원인 점은 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카드키를 발급받아 출입해야 하는 아파트단지가 일부 있는데 보증금은 3만원을 넘지 않는다"면서 "보증금 10만원은 너무 과하고, 승강기 이용료를 받는다는 것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승강기 사용료 부과 방침을 취소하고, 카드키 보증금도 5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