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 김정은과 김여정

마키노 요시히로 지음/ 한기홍 옮김/ ㈜글통 펴냄

흥미로운 조합이다.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지간임에도 TV를 통해서 김여정이 김정은의 수발을 드는 모습은 철저한 상하관계나 다름이 없다.

노동당 부부장을 맡고 있는 김여정은 2020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이후 크게 부상한 인물이다. 최근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북한의 리더십과 관련한 회의에서도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 유고 시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로 분석됐다. 그러나 우리에겐 온갖 위협과 막말, 육두문자를 서슴치 않는 천박한 여인으로 비춰진다.

이 책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김여정을 집중 조명했다.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신문 기자는 광범위한 취재를 통해 김여정이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2인자로 주목받는 이유 등을 설명하고 있다.

책은 김여정이 2008년 8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권력승계가 숨가쁘게 진행됐을 당시 정치에 관심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김정일에게 자신도 정치를 하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말했으나, 주위의 비난도 적지 않았다.

북한의 '남존여비' 문화와 김성애(김일성의 후처)와의 격렬한 권력투쟁 경험에 김정일은 김여정이 정치 전면에 나서는 일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지은이는 이런 영향 때문에 김여정이 김정일 사망 때까지 공개적인 활동에 나서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 김여정은 김정일 사후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자 북한 정치의 전면에 등장해 대내외 활동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최근 김여정은 한국, 미국 등 주요국 외교와 국제정세 관련 문제도 주도적으로 관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차관급'에 해당하는 당 부부장 지위로 대내외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은이는 김정은에게 김여정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김여정이 체제 안정성이 떨어질 때를 대비한 북한의 '스페어'(예비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책은 김여정 외에 북한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김정남 암살의 내막 ▷김정남과 고용희의 권력투쟁 ▷장성택과 고용희 세력 간의 암투 ▷외무성 최선희라는 인물과 3층 서기실의 관계 ▷국가정보원과 김정남의 접촉 ▷박근혜 정부의 '김정은 암살 작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 내막 등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326쪽,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