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편집국장 사퇴 이어 경영진도 2월 조기 퇴진…'김만배 금전 거래' 여파

입력 2023-01-09 19:59:09 수정 2023-01-09 23:18:32

김현대 사장 "2월 새 대표이사 당선 뒤 모든 권한 넘기고 사퇴하겠다"
백기철 편집인·이상훈 전무도 동반 사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 씨가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 씨가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겨레 소속 기자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간 금전 거래에 책임을 지고 편집국장이 사퇴한 데 이어 경영진도 조기 퇴진하기로 했다.

김현대 한겨레 대표이사 사장은 9일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한겨레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제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고, 제가 먼저 무릎 꿇고 반성해야 한다"며 "2월 초 대표이사 선거에서 당선자가 확정되는 그날, 사장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새 대표이사 후보자에게 넘기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또 등기 이사인 백기철 편집인과 이상훈 전무도 사퇴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희들은 새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진행 등 주식회사 운영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최소한의 법적 책임만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겨레의 차기 대표이사 선거일은 오는 2월 8일이다. 새 대표이사 당선자가 확정되더라도 3월 열리는 주주총회 전까지는 기존 경영진이 권한 행사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 차기 대표이사가 정해지는 즉시 기존 경영진은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사장은 금전 거래 파문과 관련해 "한겨레 사람은 깨끗하다는 자부심, 한겨레가 가장 소중하게 지켜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우리의 존재 이유가 근본적으로 부정당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 류이근 편집국장은 김만배 씨와 금전 거래를 한 편집국 간부 A씨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 책임을 지겠다며 보직에서 사퇴했다.

류 편집국장은 "부적절한 인사를 중요 직책에 앉혔고 문제적 행동을 미리 파악하지 못해 회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혔다"며 "오늘부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당분간 정은주 콘텐츠 총괄이 편집국장 직무를 대행하는 체제로 운영된다.

앞서 김만배씨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던 검찰은 김씨가 지난 2019~2021년 신문사 간부들과 수억원대 돈 거래를 한 정황을 파악했다. 이 가운데 현재 한겨레 편집국 간부 A씨는 2019~2020년 김씨로부터 아파트 분양금 등 명목으로 6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중앙일보 소속 기자도 김만배씨와 각각 금전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돈을 빌렸거나, 빌렸다가 갚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지난 6일 홈페이지에 공개 사과문을 올리고 "한겨레신문 편집국 간부 A씨가 2019년 당시 타사 기자였던 김만배씨와 금전거래를 했다. 5일 오후 사건을 인지한 직후 A씨를 해당 직무에서 배제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또 A씨가 "6억원을 빌렸지만, 현재 2억여원을 변제한 상태이며 나머지도 갚겠다는 의사를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회사에 밝혔다면서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보도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윤리강령과 취재보도준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