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무인기 용산 침투 뒤늦게 시인한 軍, 철저히 책임 물어야

입력 2023-01-06 05:00:00

지난달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3㎞ 거리 상공까지 침투한 것으로 정밀 분석 결과 드러났다.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주변까지 침투했다는 분석은 사태 초기부터 제기됐으나 국방부와 합참은 부인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용산까지는 오지 않은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합참도 야당의 북한 무인기 서울비행금지구역(P-73) 침범 주장에 "근거 없는 이야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이 북한 무인기 항적을 초 단위로 조사한 결과 P-73 북쪽 끝인 종로구 상공을 스치듯 지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P-73은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를 중심으로 하는 반경 3.7㎞ 구역으로 서울시청이 있는 중구와 정부청사가 있는 종로구, 그리고 서초구와 동작구 일부를 포함한다. 군 당국은 "무인기가 용산 상공을 비행한 것은 아니며 용산이나 대통령실과 다소 거리가 있어 용산이 뚫렸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 3㎞ 높이에서 비행한 것은 약 4㎞ 떨어진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합참 청사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 무인기 침투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능력은 한마디로 수준 이하였다. 전투기를 비롯해 경공격기, 공격 헬기까지 띄웠고 기관포 100여 발을 쏘며 대응했지만 무인기를 격추시키지 못한 채 북한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오히려 경공격기인 KA1 한 대가 추락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더해 야당도 알았던 북한 무인기의 용산 접근 사실까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북한 무인기의 용산 접근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부인했는지, 아니면 사후에 확인했다는 발표가 사실인지도 국민으로서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전자라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고 후자라면 대응 실패와 한 묶음의 총체적 무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군대를 국민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어느 쪽이든 윤석열 대통령은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