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에 이미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는데 지금까지 뭘 한 거냐"라며 격노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 이외 전략 자산을 얕잡아 봤던 우리로서는 굴욕적이라 할 수 있다. 무인기, 드론 등 저비용으로 상대 진영을 교란할 수 있는 비행체는 실전에서 이미 가성비를 입증한 바 있다. 무인기 등장에 허둥댄 우리 군의 현실에 국민들이 정색하며 주시하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레이더로 최대 20㎞ 밖에서 무인기의 존재를 알아채고, 3㎞ 안에 있을 경우 격추할 수 있는 첨단 대공 무기체계, '비호(飛虎) 복합'을 갖추고서도 속수무책이었다는 데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윤 대통령이 격노한 지점에는 지난 5년간 무인기 격추 훈련을 한 번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보고도 포함된다. '비호 복합' 운용 능력 저하는 수순이었던 셈이다. 먹고살기 빠듯한 서민들이 듣기에도 귀를 의심할 만한데 대통령은 오죽했겠나.
2014년 북한 소형 무인기 사건 이후 무인기 요격 능력을 포함해 2015년 이후 배치한 게 '비호 복합'이다. 그런데 지난 정부 내내 운용 시스템 구축 및 훈련이 미흡했던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을 당연하다고 보는 이유다. 북한을 믿고 국방 예산 확보에 안일했던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가 군사력 확충의 핵심인 방위력 개선비를 6천억 원 넘게 삭감했고, 장병 복지비 등 전력 운영비는 1천600억 원 넘게 늘린 것을 기억한다. 대선을 불과 석 달 앞둔 때였다.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 대응 전력 확보에 5년간 5천6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속하고 체계적인 방책은 마땅히 마련해야 한다. 그와 함께 훈련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제아무리 훌륭한 전략 자산을 갖춘다 해도 대비 시스템이 망가지면 장식품에 그칠 뿐이다. 평화를 지키려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건 동서고금의 경험칙이다. 지금은 지키려는 자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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