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밀경찰' 의심 식당, 30년 임대계약했다가 돌연 폐업

입력 2022-12-27 21:47:59 수정 2022-12-28 05:04:29

中대사관은 의혹 부인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중국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외국에서 '비밀 경찰서'를 운영한다는 의혹에 대해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중식당이 30년짜리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식당 대표 A씨는 화교를 대상으로 민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인 '오버시즈 차이니즈 서비스 센터'(Overseas Chinese Service Center·OCSC)를 운영하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식당 대표 A씨는 서울에서 20년 안팎 중국음식점을 운영해왔다. 현재 재한 중국인 단체의 임원이기도 한 그는 최근 가게를 닫고 장사를 접기로 했다면서도 비밀 경찰서 의혹과 연관성은 부인했다.

27일 부동산·요식업계에 따르면 이 식당은 2020년 7월 임대계약을 갱신하면서 계약기간을 30년으로 잡았다. 직전 임대계약은 2년짜리였다.

A씨는 "내가 교민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다. 여행사와 연계해 중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겠다"며 임대업체를 직접 설득해 2018년 첫 계약을 맺은 뒤 재계약에도 적극 나섰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A씨는 서울 강남권에 자리를 얻어 현재의 식당을 차리기 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본토 중국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며 사업을 키웠다.

그러나 A씨는 비밀 경찰서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이달 31일까지만 영업하고 다음 달 폐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2000년대 초부터 요식업을 해왔고 적어도 2050년까지 식당을 운영하려 했던 인사가 돌연 폐업을 결정한 것이다.

A씨는 최근 연합뉴스와 만나 "비밀 경찰서 소식 때문이 아니라 1년 전부터 걸려있던 소송이 이제 끝나 장사를 정리하는 것"이라며 "나가달라는 요청에 따라 12월 31일자로 마감하고 1월 1일에 모두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가 국내 다른 장소에 가게를 다시 열지,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식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대표가 본인 돈으로 식당을 차린 게 아니라 영사관 등을 통해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2년 전 식당에서 중국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노래를 꼭 해야 하는 '중국 노래자랑' 행사가 열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행사도 중국에서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노래자랑에 합격하면 친구 2∼3명을 식당에 데려가 점심을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고 덧붙였다.

A씨가 운영하는 OCSC는 중국 국무원화교판공실이 해외 여러 국가에서 설립을 장려하는 비영리단체다.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비밀 경찰서와 밀접한 연결고리가 있는 기관으로 지목한 곳이다.

국내 OCSC의 본점 주소는 A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던 서울 구로구 소재 여행사와 주소지가 동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OCSC의 지점도 A씨의 부인이 대표를 맡는 서울 영등포구 소재 벤처회사와 주소지가 같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한국 내 비밀 경찰서 운영과 관련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