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고, 짖지 않고 '나홀로 집에'…반려견 분리불안 어떻게 극복했나

입력 2022-12-26 13:11:12 수정 2022-12-26 19:32:12

1인 가구 늘며 혼자 남겨지는 반려동물 늘어…하울링·자해 등 증상 다양
떼어놓기·옷 갈아입기 등 훈련으로 분리 익숙하게…산책 등 에너지 발산 못하면 우울감 늘어

CCTV로 보이는 하니가 혼자 집에 있는 모습.
CCTV로 보이는 하니가 혼자 집에 있는 모습. "나 혼자도 잘 있다구"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케빈 좀 봐라, 혼자 집도 잘 지키네" 크리스마스의 묘미 '나홀로 집에'가 방영될 쯤이면 전국 곳곳 엄마들의 폭풍 잔소리도 시작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꼬마 주인공 케빈은 혼자 집에 있는 것도 모자라 건장한 도둑들까지 물리친다. 용감무쌍 8살배기 케빈은 동년배들에게 시기와 선망의 대상이었다.

CCTV로 보이는 하니가 혼자 집에 있는 모습. 제 집을 들락거리며 고독을 즐기고 있다.
CCTV로 보이는 하니가 혼자 집에 있는 모습. 제 집을 들락거리며 고독을 즐기고 있다.

도둑은 못 잡아도 나홀로 집에 씩씩하게 있는 강아지가 있다. 4살 푸들 '하니'는 반려인 김성미 씨가 출근하면 8시간을 내리 혼자 있는다. 짖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벽지를 물어 뜯지도 않는다. "주변 반려인들이 참 부러워해요. 본인들 강아지는 왜 하니 같지 않냐고 푸념도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사실 하니에게 비밀이 하나 있어요. 1년 전 만해도 분리불안이 정말 심했어요"

CCTV로 보이는 하니가 혼자 있는 모습. 쇼파에 누워 잠을 청하는 모습이 제법 혼자 있기 고수답다.
CCTV로 보이는 하니가 혼자 있는 모습. 쇼파에 누워 잠을 청하는 모습이 제법 혼자 있기 고수답다.

◆ 1인 가구 늘어나며 분리불안 반려동물도 급증

하니는 파양 경험이 있는 강아지다. 입양을 갔다가 보호자가 외국을 가게 되면서 다시 돌아왔는데, 그 이후 주인을 찾지 못해 이곳저곳 떠도는 생활을 반복했다. "태어나자마자 반려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분리불안이 생긴 것 같아요" 처음에 성미 씨는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갔다. 화장실을 가면 울어 대는 하니 때문에 문을 열고 볼일을 보는 낯 뜨거운 생활을 이어갔다. 잠시라도 집을 비우면 하울링(개들이 늑대처럼 목을 쳐들고 울부짖는 것)이 시작됐다. 당연히 아랫집 윗집에서 민원이 빗발쳤다. 함께 살기 위해서는 분리불안 치료가 시급했다.

분리불안은 반려동물이 보호자와 떨어져 혼자 남겨질 때 나타나는 행동이다. 증상은 헐떡임, 침 흘림, 배뇨 배변, 공격성, 하울링, 낑낑거림, 탈출, 자해, 식음전폐 등 다양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며 반려동물이 혼자 있는 시간도 자연스레 늘고 있다. 실제로 한 기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작년 1인 가구 5곳 중 1곳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즈워크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하니의 모습. 노즈워크 장난감은 분리불안 훈련에 큰 도움이 된다.
노즈워크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하니의 모습. 노즈워크 장난감은 분리불안 훈련에 큰 도움이 된다.

◆ 함께 살기 위해서는 분리불안 훈련 반드시 필요

성미 씨는 우선 '떼어놓기 연습'부터 시작했다. 하니를 거실에 혼자 두고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갔다. 일종의 분리 훈련이다. 시간은 1분, 3분, 5분, 10분 점차 늘려갔다. 하니가 문을 긁고 울부짖어도 성미 씨는 이 악물고 버텼다. "그 다음엔 현관문 밖으로 나가 똑같이 연습했어요. 정말 이걸 한 달 꼬박 했어요. 옆집 사람이 도대체 뭐 하냐고 묻기도 하고, 집 앞을 서성거리니 의심의 눈총도 꽤 받았어요" 한 달 넘게 하다 보니 요령도 생겼다. 현관문 앞에 아예 작은 의자를 갖다 놨다. 통 마주칠 일 없던 이웃들과 안면을 트고 인사를 하는 여유도 생겼다.

반려동물은 집안에서 생활하며 일정한 활동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지 못하면 우울감이 늘게 돼 외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려동물은 집안에서 생활하며 일정한 활동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지 못하면 우울감이 늘게 돼 외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려동물은 집안에서 생활하며 일정한 활동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지 못하면 우울감이 늘게 돼 외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려동물은 집안에서 생활하며 일정한 활동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지 못하면 우울감이 늘게 돼 외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분리 훈련에 하니가 익숙해지자 '옷 갈아입기 훈련'에 돌입했다. '옷을 갈아입는다=주인이 외출한다'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기 위한 훈련이다. 외출복을 입고 집에 계속 있는다던가, 집에서 입는 옷을 입고 외출을 했다. "풀 세팅을 하고 집안일을 하려니 살짝 부끄럽기도 했어요. 코트를 입고 잠자려니 불편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우리 하니 좋아진다는데 꾹 참았죠"

외출 전에는 산책을 꼭 시켰다. 반려동물은 집안에서 생활하며 일정한 활동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지 못하면 우울감이 늘게 돼 외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산책은 반려인과 함께하는 신체활동을 늘려 혼자 있을 때 휴식하도록 돕는다. "원래 퇴근 후에만 산책을 했었는데, 출근 전 산책도 시작했어요. 어휴 처음엔 너무 피곤하더라고요" 새벽 6시부터 산책을 나서는 강행군에 성미 씨는 출근하고 몇 번이나 졸았단다.

하니는 반려인 성미 씨만 바라본다.
하니는 반려인 성미 씨만 바라본다. "주인님, 나는 주인님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멍멍"

몇 가지 습관도 고쳤다. 어화둥둥 안고 키우는 과잉보호를 멈췄다. 반려동물의 분리불안의 증상으로 사람에게 계속 붙어있으려는 행동이 있다. 하니가 무릎에 올라오려고 하면 "안돼" 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옆에 앉혀두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무릎엔 못 올라오지만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다정하게 말했다.

분리불안 훈련법으로 손꼽히는 '하우스 훈련' 은 하지 않았다. 하우스 훈련은 독립심을 길러주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데, 캔넬이나 강아지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가는 훈련이다. "처음에 하우스 훈련과 더불어 잠자리 분리도 했었는데 매일 밤 거실에서 안 자고 혼자 기다리고 매일 너무 울고 힘들어하더라고요.

유튜브에서 분리불안 치료법을 많이 찾아봤는데 강아지마다 다른 것 같아요. 시행착오를 겪어 가면서 자기 강아지에게 맞는 훈련법을 찾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성미 씨가 직접 만든 노즈워크 장난감. 두루마리 휴지심 양쪽 끝을 접어서 그 안에 간식을 넣어두거나, 화장품을 사면 그 상자를 버리지 않고 장난감으로 만든다.
성미 씨가 직접 만든 노즈워크 장난감. 두루마리 휴지심 양쪽 끝을 접어서 그 안에 간식을 넣어두거나, 화장품을 사면 그 상자를 버리지 않고 장난감으로 만든다.
노즈워크 장난감은 강아지가 좋아하는 간식이나 장난감을 숨긴 후 후각을 사용해 찾게 하는 놀이다. 하니가 간식을 찾고 있다.
노즈워크 장난감은 강아지가 좋아하는 간식이나 장난감을 숨긴 후 후각을 사용해 찾게 하는 놀이다. 하니가 간식을 찾고 있다.

◆ 노즈워크·CCTV…기구의 도움도 받았어요

무엇보다 '노즈워크 장난감'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노즈워크는 강아지가 좋아하는 간식이나 장난감을 숨긴 후 후각을 사용해 찾게 하는 놀이다. 나가기 전에 간식을 툭 던져두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노즈워크 장난감에 간식을 숨겨 집안 곳곳에 숨겨뒀다. "이걸 두고 나가면 제가 나가도 간식을 찾느라 정신이 없더라고요.

하지만 하니의 찾기 능력이 날로 상승해서 장난감도 매번 어려운 걸로 업데이트 시켜줘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네요" 장난감 비용을 마련하느라 성미 씨는 등골이 휜다. 지출이 많다 싶을 땐 노즈워크 장난감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두루마리 휴지심 양쪽 끝을 접어서 그 안에 간식을 넣어두거나, 화장품을 사면 그 상자를 버리지 않고 장난감으로 만든다. 똑똑해지는 하니 덕분에 성미 씨의 종이접기 실력도 날로 일취월장이다.

두루마리 휴지심 양쪽 끝을 접어서 그 안에 간식을 넣어둔다.
두루마리 휴지심 양쪽 끝을 접어서 그 안에 간식을 넣어둔다.

CCTV도 들였다. 처음에는 안 쓰는 휴대폰이나 태블릿으로 녹화해두고 하루 종일 녹화된 걸 집에 와서 모니터링했는데, 분리불안 훈련을 하며 하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피기 위해서는 CCTV가 필요했다. "밖에 나갈 때 CCTV로 수시로 체크하고, 주로 어떨 때에 문제행동을 보이는지 알 수 있어서 그 부분들을 고칠 수 있었어요. 바깥소리에 민감해 하는 게 cctv로 보이길래 하니만 집에 놔두고 현관 밖에 나가서 쿵쿵 거려도 보고 계단도 왔다갔다하고…바깥소리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했네요"

도그티비는 강아지들의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 사회성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티비 채널이다.
도그티비는 강아지들의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 사회성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티비 채널이다.

근래에는 도그티비도 설치했다. 도그티비는 강아지들의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 사회성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티비 채널이다. 강아지들의 흥미를 유발할 만한 산책 풍경, 다른 강아지 친구들이 노는 모습까지 다양한 영상을 담고 있다. CCTV로 살펴보니 성미씨가 나간 사이 하니가 티비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화면 속에는 구슬이 굴러가고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짧게 느끼기 바라며 성미 씨는 월결제의 부담을 기꺼이 떠안았다.

◆ 방치가 아닌 양육으로서의 분리불안 훈련 꼭 필요

다행히 분리불안은 해결됐다. 처음에는 성미 씨도 '이게 과연 될까?'라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했다. 그러자 하니는 달라졌다. 물론 혼자 두는 시간을 줄이려 노력도 한다. 집에서 회사가 가까운 덕분에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들리거나 중간중간 하니가 외롭지 않게 방문한다.

평일에 혼자 두는 시간이 많은 만큼 주말은 하니에게 온전히 반납한다. '반려동물 동반'이 붙은 여행지는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분리불안 훈련을 할 거면 강아지를 왜 기르냐는 사람도 있어요. 혼자 둘거면 왜 키우냐는 식이죠. 하지만 이 아이는 제가 아니었다면 평생 주인 없이 살다 안락사를 당했을 거예요. 그런 삶이 좋을까요. 아니면 혼자있는 시간이 있더라도 사랑하는 가족이 생기는게 나을까요"

혼자 있는 반려동물을 가엽게 여기는 시선들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한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아이에게 독립심을 키워주듯 반려동물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덜 외롭게 만들어 주는 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반려동물 행동 교정사 허성빈 씨는 "반려동물을 혼자 두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반려동물에게도 혼자 있는 시간은 분명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조금 더 덜 외롭게 해주는 것이 반려인의 의무이고요. 방치가 아닌 양육으로서의 분리불안 훈련은 꼭 필요하고, 그것은 분명 반려동물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겁니다" 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