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수익 '260억 은닉' 김만배 측근 2명 구속

입력 2022-12-17 07:24:43

쌍방울 前부회장·화천대유 공동대표…법원 "증거인멸·도망 우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천대유자산관리 실소유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범죄로 얻은 수익 260억원을 숨기는 데 조력한 혐의를 받는 김씨 측근 2명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 이사 최우향씨(쌍방울그룹 전 부회장)와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씨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씨와 이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7월까지 김씨 지시로 대장동 사업 관련 범죄수익을 수표로 인출해 보관하거나 허위 회계처리해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등 약 260억원 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수사기관의 추징 보전이나 압류 등을 피하려고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범행한 시기는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에 착수한 뒤다. 법원도 구속영장을 발부한 만큼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수감중이던 김씨의 지시를 받아 화천대유 자금 수십억원으로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 땅을 김씨 명의와 차명으로 산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 명의로 사들인 땅은 농지 1천342㎡(약 405평)와 590㎡(약 178평)로, 지난해 6월 매입대금 14억6천만원을 수표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 측이 차명으로 입북동 인근의 다른 땅도 사들여 재산을 숨긴 것으로 보고있다.

또 이들은 대장동 개발 배당금을 소액권 수표로 나눠 인출하는 이른바 '쪼개기' 수법을 동원, 불상의 장소에 보관해 온 것으로도 전해졌다.

김씨 측은 배임 피해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김씨 기소 이후 화천대유의 법인 계좌를 가압류하겠다고 통보해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운영자금을 수표로 뽑아놓은 것뿐일 뿐 재산 은닉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측근 2명이 구속되면서 김만배씨의 심리적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14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는데 이들 측근의 체포에 정신적으로 충격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이었다. 성균관대 동문인 김씨의 부탁으로 2018년 화천대유에 합류한 뒤 김씨 통장이나 인감을 관리하며 그의 지시에 따라 자금 인출 등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과거 목포 지역 폭력조직에 몸담았던 인물로,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김씨와는 20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로, 작년 10월 15일 김씨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구치소 앞에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등장해 짐을 들어주기도 했다. 화천대유의 살림살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