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경제] '홈술 유행' '홈파티 감초'…일상에 파고든 치즈

입력 2022-12-15 14:06:56 수정 2022-12-15 18:02:26

와인·위스키 등 인기, 치즈 수요 함께 늘어…3년 새 23.8% 성장
찜닭·떡볶이 등 한식과도 어울려…홍삼 치즈 등 개발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연말 홈파티 시즌 맞아 오아시스마켓과

고향이 전남 고흥인 김희숙 씨(60)는 지난 여름부터 홀어머니가 계신 친정집을 다녀오는 길이면 어김없이 임실을 들른다. 값싸고 질 좋은 치즈를 사기 위해서다. 김 씨가 한 번에 사는 치즈는 종류도 다양하다. 손녀가 좋아하는 슬라이스치즈, 스트링치즈에 함께 사는 아들이 '홈술'(집에서 술 마시기)할 때 안주로 페어링 할 큐브치즈, 채식을 선호하는 남편과 먹을 샐러드에 곁들일 부리타치즈까지.

김 씨는 "딱 꼬집어서 언제부터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냉장고에 치즈가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고향을 다녀오는 길이면 일부러 임실에 가서 치즈를 사기는 하지만 사실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장 볼 때마다 치즈를 빠뜨리지 않고 구매한다. 젊어서는 치즈라면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치즈가 일상에 자리 잡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처럼 치즈 소비가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러다보니 와인 안주부터 파스타와 샐러드는 물론 떡볶이와 찜닭 등 다양한 한국 요리에도 녹아드는 등 치즈 소비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더욱이 유통가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며 각종 모임과 홈파티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치즈 수요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치즈 소비량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치즈 소비량은 19만1천429톤(t)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5만4천679t 수준이던 국내 치즈 소비량은 이듬해 16만6천150t, 2020년 18만8천231t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최근 3년 새 23.8% 성장했다.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는 20만t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국민 1인당 연간 치즈 소비량도 2011년 2㎏에서 지난해 3.7㎏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렇듯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유통업계의 치즈 관련 매출도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치즈 소매 매출액은 3천848억원으로 2018년(3천355억원)과 비교해 14.7% 성장했다. 이 같은 전국적 추세에 대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넉 달 동안 대구 소재 이마트에서 치즈 전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 신장했다. 세부 품목으로 들여다봐도 ▷스트링치즈 24.3% ▷크림치즈 19.7% ▷슬라이스치즈 6.9% 등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큐브치즈를 제외한 대부분 치즈의 매출이 상승세"라면서 "올 들어 고물가에 가계 소비가 위축되다 보니 아무래도 외식을 하기보다 직접 조리해 먹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그런 영향으로 식품 관련 매출이 전반적으로 올랐는데, 치즈 역시 그런 분위기에 힘입은 경향이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연말 홈파티 시즌 맞아 오아시스마켓과 '국산 치즈 할인전'을 진행한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치즈 수요, 어떻게 늘었나

유통업계에서는 치즈 매출 신장에 영향을 미친 중요 요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한 주류문화를 꼽는다. 지난달 중순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매스미디어와 SNS(트위터·인스타그램), 웹(블로그·커뮤니티) 상에서 소주와 맥주, 위스키, 와인에 대한 언급량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보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맥주 230만2천968건 ▷소주 120만6천604건 ▷와인 101만9천296건 ▷위스키15만1천395건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올해에는 ▷맥주 163만1천670건 ▷소주 113만7천728건 ▷와인 112만5천466건 ▷위스키 43만1천275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와인과 위스키에 대한 언급량이 이전에 비해 각각 10%, 185% 이상 증가했다. 와인과 위스키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음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고급 수입주류를 '혼술'(혼자 술 마시기)과 홈술로 즐기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치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수입주류는 외국 여행을 갔다 오면서 면세 주류로 구입해 선물을 주고받는 술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내수가 늘어난 점이 주류 판도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과거 프리미엄 주종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고급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즐기던 프리미엄 치즈를 가정에서 즐기는 소비자도 덩달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에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도 올라탈 준비를 마쳤다. 연말을 앞두고 홈파티를 즐기려는 소비자를 위해 10종의 국산 치즈를 10% 할인하는 '국산 치즈 기획전'을 준비한 것이다.

농촌진흥청도 지난달 '홍삼 치즈'처럼 지역 특산물을 넣은 치즈를 개발하는 등 국산 치즈 소비를 확대하고 수입 치즈에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고추나 구기자 등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해 국내 소비자 기호에 맞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치즈를 개발해 보급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