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박지원 檢 출석 “삭제 지시 받지도, 하지도 않아”

입력 2022-12-14 10:41:30 수정 2022-12-14 10:43:04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4일 오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취재진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됐을 때 당시 상황에 대한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로 올해 7월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연합뉴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4일 오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취재진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됐을 때 당시 상황에 대한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로 올해 7월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월북 조작 의혹에 연루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검찰에 출석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어떠한 삭제지시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이같이 말하며 "원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오늘 저를 조사함으로써 개혁된 국정원을 그 이상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않길 바란다"며 "저는 국정원을 개혁하러 갔지 삭제하러 오지 않았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또 "우리 국정원 직원들의 본연 임무인 첩보,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업무를 해서 대통령께 보고하고, 정책 부서인 안보실이나 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에 지원하는 업무이지 우리는 정책 결정 부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 전 원장은 '당시 정보 분석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진 월북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나'라는 기자 질의에 "분석관의 분석을 절대적으로 신임하고 우리 국정원의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삭제 지시는 없었지만 보안 유지나 보안 교육이 실시됐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보안은 모든 세계 정보 기관의 제1업무"라고 말을 아낀 채 조사실로 향했다.

앞서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사망 당시 47세)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후 해당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로 지난 7월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씨가 피살된 다음날인 23일 새벽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뒤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이 이 회의에 참석한 뒤 서 전 실장으로부터 보안 유지 지시를 받고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원장은 그동안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구속기소)으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은 적 없으며, 삭제 지시도 하지 않았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다.

다음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 검찰 출석 입장문 전문.

어려운 시기에 저의 일로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저는 오늘,

저에 대한 조사를 끝으로

더 이상 국가 안보와 국정원이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국정원을 개혁하러 갔지,

어떠한 삭제나 은폐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안보실 그 누구로부터도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으며,

국정원 직원들에게도 삭제를 지시한 바가 없습니다.

저는 국정원장 재임 시절,

국정원 직원들과 함께 이룬 성과들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혁된 국정원이 세계 일류 정보기관으로

제대로 일해 왔다는 것을

검찰과 사법부는 물론, 국민 여러분께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국정원 고발 내용, 감사원 감사결과, 그리고 서훈 실장 구속 영장을 아무리 봐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찌되었던 오늘은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술하겠습니다.

박지원답게 당당하게 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